KT 사외이사 후보로 내정됐던 임승태 법무법인 화우 고문이 사의를 표명했다. KT의 2대 주주인 현대자동차그룹은 “대표 선임에 대주주들의 의견을 고려해달라”는 의사를 KT 측에 전달했다. 윤경림 KT 그룹트랜스포메이션부문장(사장)이 차기 최고경영자(CEO) 최종 후보로 선정됐음에도 KT 지배구조를 둘러싼 논란이 끊이지 않는 모양새다.
KT는 10일 임 고문이 일신상의 사유로 사외이사 후보에서 사퇴했다고 공시했다. 지난 8일 KT는 임 고문과 함께 강충구 고려대 전기전자공학부 교수, 여은정 중앙대 경영학부 교수, 표현명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 사외이사를 차기 사외이사 후보로 공시했다. 임 고문을 제외한 나머지 세 명은 모두 재선임이다. 7일 사퇴한 벤자민 홍 전 라이나생명보험 이사회 의장의 후임은 정해지지 않았다.
임 고문은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 금융위원회 상임위원 등을 지낸 금융 전문가로 지난 대선 기간 윤석열 후보 캠프에서 경제특보를 맡기도 했다. 임 고문은 KDB생명보험 대표로 내정돼 이 업무에 전념하기 위해 KT 사외이사 자리를 포기했다고 밝혔다.
8일 사외이사 후보 발표 직후 일각에선 임 고문이 KT와 대통령실의 다리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KT와 대통령실의 분위기를 모두 알고 있는 인사라는 이유에서다.
업계에선 KT가 임 고문의 역할을 대신할 수 있는 사외이사를 물색할 것으로 보고 있다. KT 정관에 따르면 사외이사는 최대 8명을 둘 수 있다. 임기가 남은 3명과 이번에 재선임 승인을 받는 3명까지 총 6명의 사외이사가 남게 되는 것이다. KT 관계자는 “사외이사 공석 두 자리를 어떻게 할 것인지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국민연금에 이어 KT의 2대 주주인 현대차그룹은 최근 KT에 “중요한 의사 결정 때 대주주들 의견을 참고해달라”는 의사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그룹은 KT의 지분 7.8%를 보유한 2대 주주다. 현대차와 현대모비스는 작년 9월 미래 모빌리티 분야 협력을 위해 KT와 7500억원 상당의 지분을 맞교환했다. 현대차그룹이 KT 대표 선임 절차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문제 삼은 국민연금에 힘을 보탰다는 해석도 나온다. 오는 31일 열리는 정기 주주총회에선 기권 또는 반대표를 던질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이승우 기자 leesw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