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가 여성들이 '유산 전쟁'에 나서는 일이 잇달아 벌어지고 있습니다. 소송의 대상은 아버지의 뒤를 이어 그룹을 이끌고 있는 아들 혹은 남동생 등입니다.
아직 법원에 소장이 접수된 단계에 불과해 쟁점이 무엇인지 밝혀지지 않았습니다만, 유산 소송의 본질은 '자신이 받아야할 정당한 몫을 받지 못했다'는 것입니다.
오늘은 최근 접수된 소송 두 건을 통해 재벌가에 일어나고 있는 유산 전쟁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엄마와 누나, 아들 상대로 소송
'BYC' 일가의 유류분 청구 소송
먼저 제기된 소송은 속옷업체 BYC 일가의 소송입니다. 지난해 12월 1일 한석범 BYC 회장과 남동생인 한기성 씨를 피고로 한 '유류분 청구 소송'이 제기됐습니다.
한 회장과 동생 한기성 한흥물산 대표를 상대로 소송을 낸 사람은 한 회장의 모친이자 고(故) 한영대 BYC 회장의 배우자인 김모씨와 장녀인 한지형 BYC 이사입니다. 한 회장은 지난해 1월 별세했고, 지금은 4남매 중 셋째인 한 회장이 BYC를 이끌고 있습니다.
김씨와 한지형 이사는 유산 상속 과정에서 법적으로 보장된 '유류분'을 받지 못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유류분은 민법에 따라 배우자·자녀 등이 상속받을 수 있는 지분인데요. 한영대 회장이 자녀들에게 물려주거나 남기고 간 재산은 약 1조원대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김씨의 유류분은 약 10%에 해당하는 1000억원대로 추산됩니다. 실제로 원고 측이 주장하는 청구대상 금액은 1300억여원에 이르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선대회장 자산 대부분 상속한 구광모 LG 회장도 피소
지난 10일 LG일가의 상속 소송이 제기됐다는 사실이 알려졌습니다. 모친인 김영식씨와 구연경 LG복지재단 대표, 구연수 씨가 구광모 LG 회장(장남)을 상대로 “상속 재산을 다시 분할하자”며 상속회복청구 소송을 제기한 것입니다.
고(故) 구본무 전 회장(선대회장)이 남긴 재산은 약 2조원입니다. 대부분은 ㈜LG 지분이었습니다. 선대회장이 남긴 지분 11.28% 중 8.76%(당시 약 1조4000억원)를 구 회장이 상속받았습니다. 구 대표와 차녀 구연수씨는 각각 2.01%(당시 약 3300억원)와 0.51%(당시 약 830억원)를 상속 받았습니다.
LG는 장자승계원칙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에 2004년 아들이 없던 선대회장은 조카였던 구 회장을 양자로 입적하기도 했습니다. LG 측은 "이번 상속도 원칙에 따라 협의를 거쳐 합의한 것"이라며 "경영권 재산도 구 회장이 모두 상속받아야 하나 구 회장이 세 모녀의 요청을 받아들여 나눈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상속회복청구 소송은 앞선 BYC의 유류분 반환 소송과는 조금 결이 다릅니다. 유류분 반환 소송은 상속 절차에는 문제가 없지만, 법적 상속분에 못미치는 금액을 받았기 때문에 추가 금액을 달라는 것입니다.
반면 상속회복청구는 상속의 절차에 문제가 있었다는 주장입니다. 합의가 제대로 이뤄지지않은 채 상속 재산이 나뉘어졌다는 것이죠. 원고인 김씨와 구 대표 등은 "가족간의 화합을 위해 상속과정에서 있었던 절차상의 문제를 바로잡기 위한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반면 LG 측은 "상속인들이 협의해서 상속분할합의서를 작성했다는 증거가 있다"며 "상속 제척 기간 3년도 지났다"고 강조했습니다. 소송 자체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다만 상속회복 청구는 침해가 있었던 날로부터 10년, 침해를 인지한날로부터 3년 안에 소 제기가 가능합니다. 이 때문에 법조계에서는 고(故) 구본무 전 회장이 2018년에 사망했기 때문에, 제척 기간이 지났다고 단정할 순 없다는 입장입니다.
두 소송 모두 이제 시작 단계로 첫 공판도 시작하지 않았습니만, 해당 소송들이 진행 상황에 따라 기업의 경영권에 영향을 미칠 수 도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습니다. 과연 두 재벌가의 운명은 어떻게 될지 귀추가 주목됩니다.
오현아 기자 5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