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집값 수억원 떨어졌다면서요. 그런 매물 있으면 저 좀 알려주세요."
급매물이 거래됐다는 기사를 작성하면 수많은 댓글이 달리지만 이 가운데 꽤 많이 보이는 댓글 중 하나가 이런 종류의 글입니다. 언론 등을 통해 뉴스를 접하고 막상 현장에 임장을 가거나 문의하면 현장 부동산 공인 중개 관계자는 “그런 매물은 없다”고 답한다는 겁니다. 실수요자들이 찾던 급매물은 대체 어디에 숨어 있는 걸까요.
12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서울 집값은 이달 첫째 주(6일 기준) 0.21% 내리면서 전주(-0.24%)보다 낙폭을 더 좁혔습니다. 지난달 둘째 주(13일)부터 다시 4주 연속 낙폭이 줄어드는 양상입니다. '급매물 위주로 거래가 이뤄지는 상황에서 선호도가 높은 주요 단지를 중심으로 완만한 가격 상승이 나타나고 있다'는 게 부동산원의 분석입니다.
서울에서 내 집 마련을 준비하고 있는 최모씨도 부동산 시장에 급매물이 많이 나왔다는 소식에 현장에 나가봤지만 기운이 빠졌습니다. 부동산 공인 중개 관계자로부터 "그 가격에 나온 매물은 없다"는 답변을 들어서입니다. 최씨는 "정부 시스템을 보면 분명히 급매물이 거래되고 있는데 귀신이 곡할 노릇"이라고 했습니다.
현장에서는 이런 상황을 두고 "당연하다"고 얘기합니다. 먼저 수요자들이 선호하는 동과 층수에서 급매물이 나오면 온라인이나 오프라인에 광고하기 전 진작에 대기하고 있던 수요자들에게 연락하기 때문입니다.
강남구 개포동에 있는 A 공인 중개 관계자는 "급매물이 나오면 이전부터 우리 중개 업소와 관계를 맺었던 손님들한테 먼저 연락한다"며 "강남권에선 좋은 매물이 나오면 사겠다는 수요자들이 많이 기다리고 있다. 이런 손님들은 사고 싶은 가격을 미리 얘기하고 돈을 낼 수 있다고 확답을 한 경우가 많다"고 했습니다. 광고를 올리지 않아도 급매가 정리되는 이유입니다.
심지어는 장부에 이름을 적어놓고 '번호표'를 받아야 급매물을 잡을 수 있다는 얘기도 있습니다. 집값이 내리면서 상급지로 갈아타려는 수요가 늘었기 때문입니다.
서초구 반포동에 있는 B 공인 중개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집값이 출렁이자 '급매가 나오면 연락을 달라'는 예비 실수요자들도 빠르게 늘었다"며 "일부 수요자는 마치 살 것처럼 급매 여부를 묻고 가격까지 흥정하고는 연락이 두절되는 경우도 있다. 이럴 땐 중개업소도 난감해 살 가능성이 많은 실수요자에게 접촉해 매물을 소개하는 게 더 낫다"고 했습니다.
급매물이 나온다고 아무나 잡을 수 있다는 게 아니라고 공인 중개 관계자들은 입을 모읍니다. 서울에 있는 한 공인 중개 관계자는 "좋은 매물을 합리적인 가격에 가져가는 수요자들은 가끔 공인 중개 업소를 찾아 이야기도 하고 전화도 안부를 물어오기도 한다"며 "우리도 사람인지라 신경을 쓰는 실수요자에게 마음이 갈 수 밖엔 없다"고 털어놨습니다. 요즘은 앱(응용 프로그램)이나 온라인에서도 매물을 쉽게 찾아볼 수 있지만 중개 업소만 알고 있는 '알짜 매물'은 한 번이라도 눈도장을 찍은 실수요자에게 소개한다는 겁니다.
한편 서울 아파트 매매심리는 나아지고 있습니다. 부동산원에 따르면 이번 주(6일) 서울 아파트 매매수급지수는 67.4로 전주(66.3)보다 1.1 올랐습니다. 권역별로는 영등포·양천구 등이 있는 서남권이 59.9에서 61.4로, 강남3구(강남·서초·송파구)가 있는 동남권은 70.3에서 71.6으로, 노도강(노원·도봉·강북구)이 포함된 동북권은 70.1에서 71.2로 상승했습니다.
이 지수는 100을 기준으로 합니다. 0에 가까워 질수록 집을 팔려는 매도자가 더 많단 의미고, 200에 가까워질 수록 집을 사려는 실수요자가 많단 뜻입니다.
이송렬 한경닷컴 기자 yisr020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