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살 아이 두개골 안에 '쌍둥이 태아'가…의료진 충격

입력 2023-03-10 14:28
수정 2023-03-10 16:49

대두증을 앓은 1세 아이의 두개골에서 '일란성 쌍둥이 태아'를 적출했다는 사연이 화제가 되고 있다.

10일 영국 데일리스타에 따르면 중국 푸단대학 병원 의사들은 1세 아이의 두개골 안에서 일란성 쌍둥이의 태아를 제거했다.

이 아이는 대두증과 운동 능력 상실 등이 의심돼 부모와 함께 병원을 찾은 것으로 전해졌다. 당초 의료진은 아이의 머리에 종양이 있을 것으로 판단, 즉시 엑스레이·컴퓨터 단층(CT) 촬영을 진행했다.

검사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아이의 두개골 안에서 '태아'가 웅크리고 있는 것이 발견돼서다. 의료진에 따르면 태아는 아이의 두개골 안에서 혈관을 공급받으며 그의 뇌를 짓누르고 있었다.

태아는 아이가 산모의 자궁에 있었을 당시부터 존재했으며, 아이와 연결된 혈관으로부터 영양분을 공급받아 뼈와 팔, 손톱 등의 신체 구조 역시 발달한 것으로 드러났다.

아이는 두개골 안에서 자리를 차지하고 있던 또 다른 태아로 인해 뇌 일부분에 척수액이 고이는 증상인 물뇌증(수두증)을 진단받았다. 이에 의료진은 외과 수술을 통해 아이의 두개골 속 태아를 제거했다.

이 같은 현상은 분리되지 않은 배반포(포유류의 초기발생에서 난할기가 끝난 배)로 인해 발생한 것이라는 게 신경외과 전문의의 판단이다. 의료진은 세포 분열 과정에서 아직 분리되지 않은 부분이 '숙주 태아'의 전뇌로 이어져 발달한 것으로 봤다.

의학계에서 이 같은 현상을 '쌍생아 소실'(배니싱 트윈)로 명명한다. 전 세계에서 약 200번밖에 기록되지 않은 희귀 사례라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그중 18회가량만 뇌에서 발생했으며, 골반과 입, 창자, 음낭 등에서도 발생할 수 있다고 한다.

쌍생아 소실은 임신 초기인 10주~15주 사이에 산모의 태내에서 쌍둥이가 수태됐지만, 임신 초기에 자연 유산 등의 과정을 거치면서 결국 한 명의 아기만 태어나는 현상을 뜻한다.

완전히 흡수돼 사라지는 경우도 있으나, 이번 사례처럼 태아 상태로 남거나 신체 일부가 서로 섞이기도 한다. 이 같은 현상이 발생하는 원인에 대해서는 아직 구체적으로 밝혀진 바가 없다.

이번 수술을 맡은 의료진은 현재 수술을 마친 아이의 예후를 살피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의료진은 아이에게 장기적인 후유증이 남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김세린 한경닷컴 기자 celin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