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분 대기해서 승객 한 분 겨우 태웠습니다.”(법인택시 기사 최진규 씨)
9일 오후 1시 서울 용산구 서울역 택시승강장. 택시 20대가 손님을 태우지 못한 채 150m가량 줄지어 있었다. 같은 시간 강남구의 한 버스정류장. 정반대 풍경이 펼쳐졌다. 택시 대신 버스를 타려는 시민 40여 명이 몰려 북적였다. 취업준비생 공한규 씨는 “지난달 막차가 끊겨 어쩔 수 없이 택시를 한 번 탄 것을 빼고는 최근 몇 주간 택시를 이용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택시요금 인상이 한 달을 넘긴 가운데 “택시 잡기가 쉬워졌다”는 승객들의 평가와는 달리 기사들은 매출이 크게 줄었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요금 부담을 이유로 택시 승차를 꺼리는 승객이 크게 늘어난 탓이다. 택시기사 최씨는 “기본요금이 오른 뒤 매출이 10% 이상 줄었다”고 했다. 요금을 아끼기 위해 목적지에 도착하기 전에 하차하는 승객도 늘었다. 택시기사 김모씨(64)는 “도착 장소까지 100여m 남았는데 중간에 내리겠다는 손님이 지난달에만 6명 있었다”고 전했다. 승객 감소와 함께 매출이 줄어드는 또 다른 이유다.
서울시는 지난달 택시 기본요금을 3800원에서 4800원으로 인상하면서 기준금을 5월 31일까지 동결했다. 6월이 되면 법인택시 업계가 생존을 위해 본격적인 기준금 인상에 들어갈 가능성이 높다고 업계는 내다보고 있다. 수억원대 적자를 보고 있는 상황에서 기준금 인상을 통해서라도 적자를 메워야 하기 때문이다. 기준금은 기사가 회사에 매일 납입해야 하는 최소 금액이다. 서울 법인택시 주간조의 경우 하루 평균 15만원 수준이다. 기준금보다 높은 매출을 올리면 차액만큼 회사와 일정 비율로 나눠 초과금 형태로 지급받는다. 기준금을 올리기에 앞서 택시회사 위원장들과 조합 임원들은 협상을 통해 기준금 인상 표준안을 마련한다.
노원구의 한 법인택시 관리부장은 “4월부터 본격적으로 기준금 인상 규모를 논의하지 않을까 싶다”고 전했다. 택시업계가 기사 이탈이 가속화하는 등 향후 상황이 더 악화할 것으로 보는 배경이다. 이미 기준금을 인상한 회사도 있다. 서초구의 한 법인택시 소속 택시기사 전모씨(70)는 “요금 인상을 앞두고 회사가 지난 1월 기준금을 13만원에서 15만원으로 올렸다”며 “요금 인상 후 손님이 30%가량 줄어 기준금을 맞추지 못하는 날이 많아 버티기 힘들다”고 하소연했다.
안시욱/최해련 기자 siook95@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