反혁신·反시장 부메랑…택시가 멈췄다

입력 2023-03-09 18:29
수정 2023-03-10 02:01
한국형 택시 혁신 모델을 표방해온 마카롱택시가 파산을 신청했다. 2020년 공유차량 호출 서비스 타다 운행이 법으로 막힌 이후 기존 규제 안에서 서비스를 해온 마카롱택시가 수백억원의 투자금만 날린 채 좌초한 것이다. 기득권 세력과 정치의 영합으로 혁신 생태계가 파괴되면서 빚어진 예고된 몰락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9일 택시업계에 따르면 마카롱택시의 채권자인 김모씨는 지난달 28일 서울회생법원에 마카롱택시 파산 신청서를 제출했다. 차고지 임대인인 김씨는 지난 2년 동안 임대료 약 3억6000만원을 받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마카롱택시는 기존 택시 규제 틀 안에서 유아용 카시트 등 차별화한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며 2019년 출범했다. 하지만 현실의 벽은 높았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매출이 급감하자 보유한 택시 면허를 조금씩 팔며 버텼다. 최근 업계 불황으로 면허를 반값에 내놔도 팔리지 않자 채권자에 의해 파산 절차에 들어가는 비운을 맞은 것이다. 마카롱택시 모기업이자 1만여 대의 가맹택시 사업을 하는 KST모빌리티도 조만간 파산 절차에 들어갈 예정이다. 현대자동차 등 650억원을 투자한 투자자는 돈을 날릴 위기에 처했다.

강경우 한양대 교통물류공학과 교수는 “마카롱택시가 혁신을 내세웠지만 겹겹이 쌓인 규제가 풀리지 않으면서 좌초 위기에 몰린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는 택시회사 줄도산이 이제 막 시작됐다고 보고 있다. 서울 영등포구의 C택시와 구로구의 D택시 등이 임대료를 내지 못해 파산을 준비 중이다. 서울택시운송사업조합에 따르면 서울 법인택시 254곳 중 가동률이 30% 미만인 업체는 40곳(15.7%)이다. 업계에서는 가동률이 30%를 넘지 못하면 차고지 임대료와 인건비 등을 지급할 수 없는 고사 직전의 회사로 분류한다.

장강호/김우섭/안시욱 기자 callm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