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정보수장 "중·러는 연애 중…중국 ICBM 격납고 수백개 늘려"

입력 2023-03-09 15:44
수정 2023-04-08 00:01

미국 정보당국이 국제사회의 비난에도 중국이 러시아와의 협력을 강화할 것으로 내다봤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내 점령지를 수성하는 쪽으로 장기전을 노리고 북한이 핵 실험을 고집할 것이란 의견도 함께 내놨다.

8일(현지시간) 애브릴 헤인스 미국 국가정보국장(DNI)은 상원 정보위원회 청문회에서 중·러 관계가 ‘임시 정략 결혼’이냐 ‘장기 연애’이냐는 질문에 “장기 연애인 것 같지만 그들은 연애로 규정하길 꺼리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중·러 관계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와 같은 동맹으로 발전하는 건 아니지만 모든 부문에서 협력이 강화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DNI는 이날 공개한 ‘2023년 연례위협 평가 보고서’를 통해서도 중·러의 밀월 관계가 깊어질 것이란 입장을 내놨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DNI는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한 세계적인 반발에도 불구하고 중국은 미국에 계속 도전하기 위해 러시아와 외교, 국방, 경제, 기술 등의 영역에서 협력을 유지할 것”이라며 “아마도 (이들은) 미국 및 NATO와의 직접적인 군사적 충돌을 원하진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DNI는 중국이 미국과 러시아의 핵 우위를 보장하는 기존 체계인 핵 군축 협상에는 관심이 없다고 진단했다. 보고서에서 DNI는 “중국이 수백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격납고를 새로 건설하고 있다”며 “미국의 인공위성을 타격할 수 있는 대(對) 우주 무기도 보유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헤인스 국장은 “중국 공산당은 미국의 힘과 영향력을 희생해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비전을 실현할 수 있다고 점점 더 확신하고 있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길어지면서 러시아가 수성전에 초점을 둘 것이란 분석도 나왔다. 헤인스 국장은 “어느 쪽도 결정적인 군사적 우위가 없는 치열한 소모전이 됐다”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전쟁을 수년간 계속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올해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내 주요 영토를 점령할 만큼 충분히 회복하진 못하겠지만 푸틴 대통령이 장기전에 대해 낙관하고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헤인스 국장은 “러시아가 현재 점령하고 있는 영토를 유지하고 방어하는 쪽으로 전략을 완전히 바꿀 수 있다”며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가 여전히 군사적으로 우크라이나를 패배시킬 수 있다고 자신하고 있지만 서방이 균형을 깨고 나토와 다투게 되는 상황은 막고 싶어할 것”이라고 말했다. DNI는 보고서를 통해서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국경 바깥으로의 분쟁 확대를 피해왔지만 확전 위험은 여전히 상당하다”고도 평가했다.

DNI는 북한이 핵 실험을 포기하지 않을 것으로도 내다봤다. 보고서에서 DNI는 “북한은 앞서 밝힌 군사 현대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핵 실험을 준비하고 있을 것”이라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핵무기와 ICBM을 독재 통치의 궁극적인 보증 수단으로 보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김 위원장은 시간이 지나면 핵 보유국으로서 국제적인 인정을 받을 것이라고 믿고 있는 만큼 핵 프로그램을 포기할 의사도 없다”고 덧붙였다.

이주현 기자 de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