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년간 만성적자에 시달렸던 한국GM이 내수보다 수익성이 높은 수출에 집중하는 전략으로 올해 흑자전환에 나선다. 창원공장에서 생산되는 쉐보레 트랙스 크로스오버 생산에 역량을 집중하고 정통 아메리칸 수입차 브랜드를 국내 판매하면서 수입차 이미지를 공고히 하겠다는 전략이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GM은 최근 '한국지엠'이라는 사명 대신 'GM 한국사업장'이라는 명칭을 사용하고 있다. '한국'이라는 이미지를 떼어 내고 정통 미국차로서의 정체성을 강화하면서 수입차 브랜드라는 인식을 심어주는 방안으로 풀이된다.
국내 완성차 브랜드에서 글로벌 수입차로 이미지 변신그간 한국GM은 국산차와 수입차 브랜드사이에서 정체성이 불분명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내수 판매 실적이 좋지 않은 것도 이러한 평가에 한몫했다. 국내 경제에 기여도가 높지만, 그에 비해 부진한 내수 판매량이 한국GM의 평판에 좋지 않은 영향을 끼쳤다. 지난해 한국GM의 내수 판매량은 3만7237대로 벤츠(8만976대)의 반토막 수준에 그쳤다.
이에 GM 한국사업장이라는 명칭을 사용하면서 GMC, 쉐보레 등 GM의 전략 브랜드를 수입해 국내에서 판매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효과도 나타나고 있다. GM은 정통 아메리칸 제품 라인업을 내세운 이후 작년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가 선정한 월간 베스트셀링 브랜드 5위권 안에 여러 차례 이름을 올리며 수입차 시장에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수입차 브랜드라는 관점으로 보면 꽤 높은 판매량은 물론이고 기존 수입차 브랜드들을 압도하는 국내 경제 기여도를 자랑하기 때문이다.
국내서 일자리 10만개 창출...경제 기여도 높아GM의 한국사업장은 2002년 이후 국내에서 일자리 10만개를 창출하고 자동차 1200만대가량을 생산해왔다. 연구개발 전문 법인인 지엠테크니컬센터코리아(GMTCK)는 3000명 정도의 임직원을 두고 있는 등 미국 사업장 외의 가장 큰 엔지니어링 센터로 꼽힌다.
국내 투자도 꾸준하다. GM은 올해 글로벌 시장에 수출을 시작하는 트랙스 크로스오버 생산을 위해 창원공장에 9000억원, 부평공장에 2000억원 규모의 설비 투자를 진행했다.
GM의 국내 투자는 수익성 높은 글로벌 모델의 차질 없는 생산과 판매를 위한 것으로, 다른 글로벌 수입차 브랜드에선 쉽게 찾아볼 수 없는 규모다. GM 한국사업장은 이러한 투자를 통해 연간 50만대 규모 생산 역량을 확보하며 국내 사업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에 따라 국내 부품업계와 지역사회에도 낙수효과가 기대된다.
수익성 높은 수출에 집중하는 GM 한국사업장한국GM은 수익성이 높은 해외 판매 비중을 꾸준히 늘릴 계획이다. 지난해 GM의 해외 판매 비율은 85.9%로 국내 자동차 업체 가운데 가장 높다.
GM 한국사업장은 베스트셀링카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트레일블레이저에 이은 새로운 글로벌 모델 트랙스 크로스오버 생산을 올 상반기부터 시작하며 수출 물량을 더욱 늘릴 계획이다.
이와 동시에 GM은 다양한 글로벌 라인업을 국내 도입하며 수입 브랜드로서의 정체성을 굳히고 있다. GM 한국사업장은 지난해 대형 SUV '타호'를 출시하며 소형 SUV부터 풀사이즈 SUV까지 모든 라인업을 갖췄다. 지난달부터는 국내 최초의 풀사이즈 픽업트럭 GMC 시에라까지 수입하며 정통 아메리칸 브랜드라는 정체성을 강조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GM이 내수 판매량에 집착하지 않고 수익성 높은 수출 시장에 집중하는 것은 회사 경쟁력을 갖추기 위한 선택"이라며 "동시에 내수 시장에서는 정통 아메리칸 제품 라인업을 선보이고 있다. 생산지와 관계없이 자동차를 판매하는 글로벌 브랜드로 인식되면서 체면과 내실을 모두 챙길 수 있는 방향"이라고 말했다.
최수진 한경닷컴 기자 naiv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