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최근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는 편의점 사업에 힘을 싣기로 했다. 비대면 소비 확산으로 본업인 대형마트가 부진의 늪에 빠진 것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주력 와인 시음
정 부회장은 8일 서울 양재동 aT센터에서 열린 이마트24 상품전시회 ‘딜리셔스 페스티벌’ 현장을 찾았다. 이 전시회는 올해 이마트24에서 판매할 주력 상품을 점주에게 소개하고 마케팅 전략 등을 공유하는 행사다.
CU, GS25 등 다른 편의점은 그간 이런 행사를 많이 마련했지만, 이마트24는 2013년 창사 후 처음으로 이번 행사를 열었다. 정 부회장을 비롯해 권혁구 신세계그룹 전략실장(사장), 손영식 신세계백화점 사장, 강희석 이마트 사장 등 그룹 계열사 대표가 총출동했다.
정 부회장은 행사장 구석구석을 돌아다니며 주력 상품을 꼼꼼히 살폈다. 특히 최근 편의점에서 판매량이 늘고 있는 와인과 위스키 등에 관심을 보였다. 이마트24가 업계 단독으로 판매하는 ‘꼬모’ 와인을 시음하기도 했다.
정 부회장이 이 행사에 방문한 것은 편의점 사업에 힘을 실어주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편의점 산업은 코로나19 이후 집과 가까운 곳에서의 근거리 쇼핑을 선호하는 소비자가 늘어나면서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2021년에는 국내 편의점 매출이 처음으로 대형마트를 넘어서기도 했다. 지난해에도 국내 유통시장에서 편의점 매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16.2%로 대형마트(14.5%)를 앞섰다.
2013년 말 편의점 위드미를 인수해 편의점 사업을 시작한 이마트24도 오랜 부진을 털어내고 지난해 사상 처음으로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정 부회장은 “편의점 사업은 국내 유통업계에서 가장 유망한 분야”라고 말했다.○상품 경쟁력으로 위기 돌파정 부회장은 이날 행사장에서 기자들이 질문한 올해 이마트 실적 개선 가능성에 관해 “쉽지 않을 것 같다”고 답했다. 정 부회장은 “최선을 다하겠지만 대외적 환경 등 여러 가지 여건이 수익성을 끌어올리기에 충분치 않다”며 “모든 유통업의 수익성이 날로 악화하고 있다”고 했다. 지난해 이마트의 영업이익률은 0.5%(연결 기준)까지 떨어졌다. 29조원이 넘는 매출을 올렸지만 영업이익은 1451억원에 그쳤다.
정 부회장은 “어려운 시기일수록 해법은 소비자와 상품, 현장에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리테일 비즈니스의 핵심은 소비자고, 소비자와 유통업체가 대화할 수 있는 요소는 상품과 서비스”라며 “소비자와 상품에 더욱 광적으로 집중할 때 위기를 돌파하고 더 큰 도약의 기회를 잡을 수 있다”고 말했다.
현장 경영을 강조한 정 부회장은 상품전시회 일정을 소화한 뒤 진관동에 있는 스타벅스 ‘더북한산점’도 찾았다. 지난달 문을 연 이 점포는 올해를 재도약의 원년으로 삼은 스타벅스의 핵심 매장이다. 더북한산점을 둘러본 정 부회장은 “신세계그룹이 단순히 상품만 판매하는 기업이 아니라 소비자의 시간과 공간을 점유하는 기업으로 거듭나고 있다”며 “소비자가 우리를 찾는 이유를 만들기 위해 끊임없이 혁신하자”고 주문했다.
박종관 기자 p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