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아파트 거래량이 4개월 연속 증가하고 있다. 올해는 상승 거래도 늘어나고 있어 일각에서는 시장이 회복세로 돌아설 것이라는 기대감에 V자형 반등을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집값이 약세기조를 지속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9일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아파트 거래 건수는 1763건을 기록했다. 2021년 10월(2198건) 이후 16개월 만에 가장 많았다. 주택 거래 신고일이 남아있는 점을 감안하면 지난달 거래량은 더 늘어날 전망이다.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4개월째 늘고 있다. 2021년 2000건을 넘던 거래량은 지난해 10월 559건까지 쪼그라들었지만 △11월 733건 △12월 836건으로 늘었고 △1월 1427건을 기록하며 월 거래량 1000건을 회복했다. 25개 자치구 가운데 올해 2월까지 거래량이 가장 많았던 곳은 327건을 기록한 송파구다. △강동구 279건 △노원구 274건 △성북구 222건 △강남구 197건 등이 뒤를 이었다.
매수세 유입으로 거래가 늘면서 급매물이 소진되자 최근에는 가격이 오른 상승 거래도 증가하는 추세다. 올해 1월 15억3000만원(1층)까지 떨어졌던 송파구 가락동 '헬리오시티' 전용 84㎡ 실거래가는지난달 23일에는 18억9000만원(28층)까지 가격이 반등했다. 2022년 1월 거래된 23억7000만원(25층)에는 못 미치지만, 최저가 대비 3억5000만원이 상승했다. 서울 거래량 559건→1763건 껑충…상승 거래도 '증가'강동구 고덕동 '고덕그라시움' 전용 59㎡도 지난해 12월에는 가격이 9억3000만원(4층)까지 하락했지만, 최근 거래가는 지난달 10억9000만원(4층)으로 두 달 만에 1억원 넘게 올랐다. 최근 호가도 중층 이상은 11억원부터 시작한다.
직방이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자료를 분석한 결과 지난달 서울 아파트 매매 중 직전 거래가보다 가격이 5% 이상 하락한 아파트 비중은 지난해 12월 55%에서 1월 42.19%, 2월 30.17%로 감소 추세를 보였다. 같은 기간 5% 이상 상승 거래는 10.36%에서 16.04%, 19.95%로 늘었다.
집값 하락세는 여전하지만, 상승 거래가 늘면서 낙폭도 줄고 있다. 한국부동산원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넷째 주 0.74%까지 커졌던 서울 집값 낙폭이 지난달 넷째 주에는 0.24%까지 줄어들며 내림세가 완만해졌다. 같은 기간 민간 통계인 KB부동산도 서울 집값 낙폭이 0.39%에서 0.23%로 줄었다고 집계했다.
거래량과 상승 거래가 동시에 증가하면서 일각에서는 집값 반등에 대한 기대도 나온다. 잠실동의 한 개업중개사는 "헬리오시티 급매가 대부분 소진됐고 집주인들도 매물을 거두거나 호가를 올리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집값 반등' 기대에 전문가들 "가격 오르면 매수자 외면…시기상조"인근의 다른 중개사도 "최근에는 집주인이 갑자기 금액을 올려 거래가 무산되는 일도 발생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한 증권사는 한국부동산원의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 매매변동률이 빠르면 3개월 이내에 플러스 전환할 것이라는 내용의 보고서도 내놨다.
다만 부동산 전문가들은 집값의 V자형 반등을 낙관하긴 어렵다고 평가한다. 여경희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1·3 부동산 대책 이후 거래량이 회복세를 보이고 있지만, 급매물이 소진된 이후 매물 가격이 오를 때에도 매수세가 이어지긴 어렵다"고 진단했다. 이어 "지난해만큼 큰 낙폭을 보이진 않겠지만, 올해도 집값 하락세는 유지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국부동산원 관계자도 "선호도가 높은 주요 단지 중심으로 급매물이 소진되고 완만한 가격 상승세가 나타났지만, 매수·매도 희망 가격 간의 격차는 여전히 좁혀지지 않고 있다"며 급매물 위주의 거래로 하락세가 지속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달 27일 서울 아파트 매매수급지수는 전주(66.7)보다 0.4포인트 하락한 66.3으로 집계됐다. 집을 팔겠다는 사람이 늘고 사겠다는 사람은 줄었다는 의미다.
KB경영연구소는 "그동안 주택가격이 장기간 과도하게 상승했고 금리 인상 부담도 상당하다"며 "올해 주택시장은 전체적으로 하락 기조가 지속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NH투자증권도 보고서를 통해 "최근 반등이 시장 연착륙 가능성을 높이는 촉매제는 될 수 있지만, 추세적 방향 전환으로 보기엔 시기상조"라며 "반등 거래와 거래량 증가 추이를 계속 주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