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라서 못한다는 건 옛말’ 유리천장 깨부수는 여성 CEO들

입력 2023-03-08 13:30
수정 2023-03-09 15:41


[한경잡앤조이=강홍민 기자] 3월 8일은 세계 여성의 날이다. 1908년 미국의 여성 노동자들이 권리를 찾기 위해 광장에 모여 대규모 행진한 것을 기억하기 위해 UN이 기념일로 지정했다.

100여 년이 지난 현재, 사회, 경제, 정치 전반에서 여성들의 활약이 두드러지고 있다. 이는 글로벌 창업 시장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해외 22개국 링크드인 데이터를 보면 여성창업가 비율은 지난 5년 동안 2배로 늘어났다. 국내도 마찬가지다. 2021년 여성벤처기업은 전체 벤처기업의 10.7%로 2007년 3.6%보다 큰 폭으로 증가했으며, 최근 5년간 여성벤처기업의 증가율은 7.1%로 전체 벤처기업 증가율(2.7%)을 앞지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스타트업 업계에는 독보적인 추진력을 가진 여성 CEO가 눈에 띄는 활약 중이다. 이들의 공통점은 다양한 직장 생활과 여러 번의 창업 경험 노하우를 바탕으로 시장에 필요한 비즈니스 모델을 개척했다는 점이다. 유리천장을 깨고 각 분야에서 획을 긋고 있는 여성 CEO들을 만나보자.



오피스 커피 시장에 새 바람 일으킨 ‘스프링온워드’ 정새봄 대표
사무실 커피는 맛없다는 편견을 깨부순 스타트업이 있다. 바로 오피스 커피 구독 및 머신 렌탈 서비스 원두데일리를 운영하는 커피 유통 스타트업 스프링온워드다.

스프링온워드를 설립한 정새봄 대표(39)는 1984년생으로, 스타트업 시장에서 10년간 몸담아 온 업계 전문가다. 정 대표는 20대 시절 '오픈서베이' 창립 멤버로 시작해 ‘넥스트매치(아만다)’ 이사로 활약했으며, 컴퍼니빌더인 '패스트트랙아시아'로 자리를 옮겨 마케팅부터 네트워크까지 다양한 영역에서 스타트업을 지원하는 역할을 맡았다. 또한 숙박 플랫폼 기업 '야놀자'에서는 최고마케팅책임자(CMO)와 사업 개발 담당 임원을 역임하며, 스타트업의 성장을 상징하는 ‘J커브’ 곡선을 경험했다.

정 대표는 출산과 육아로 인한 경력 단절 때문에 잠시 우울감을 느꼈다고 한다. 그 모습을 보고 커피 사업을 하던 남편이 '커피 시장에도 야놀자 같은 플랫폼이 있으면 어떨까’ 던진 이야기에 아이디어를 얻어 사업을 결심하게 됐다. 원두 품질과 가격이 천차만별인 커피 시장의 정보 비대칭 문제를 해결하면 상생 플랫폼으로서 성장성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이 선 것이다.

2019년 창업한 스프링온워드는 예비창업패키지와 추가 정부출연금에 이어 와이플래닛, 야놀자, 어센도벤처스, 엔젤매칭펀드 등 총 10억 원의 시드 자금을 확보했으며, 그 이듬해 기존에 없던 ‘유명 카페의 커피를 사무실에서 마신다’는 콘셉트로 기업 대상 커피 머신 렌탈 및 원두 구독 서비스 원두데일리를 론칭했다.

원두데일리는 콘셉트에 맞게 테일러커피, 커피리브레, 모모스 커피 등 전국 20여 곳의 유명 로스터리 카페의 바리스타가 만든 스페셜티 원두를 직접 계약해 파트너십을 맺고 있다. 최근에는 신선한 커피의 맛과 향을 위하여 ‘그 커피 그대로’ 캠페인을 열고 좋은 원두를 고를 때는 로스팅 제조일자를 확인해야 한다는 올바른 정보 전달에 앞장서고 있다.

현재 삼성, LG, 현대 등 대기업을 비롯해 공기업, 스타트업 등 직원 복지에 힘쓰는 기업들이 원두데일리 서비스를 이용 중이다. 스프링온워드는 원두데일리 론칭 2년째인 작년 3분기에 손익분기점(BP)을 넘겨 외형과 내형의 동시 성장을 기대하고 있다.



아이들의 경제적 자립 도와주는 ‘레몬트리’ 이민희 대표
2021년 창업과 동시에 시드라운드에서만 50억 원 투자 유치에 성공해 많은 주목을 받은 에듀핀테크 기업 '레몬트리'. 이 회사를 설립한 이민희(37) 대표는 업계에서 주목받는 여성 CEO다.

이 대표는 서울대 소비자아동학과를 졸업한 후 2011년 학습 앱 ‘바풀’을 창업했다. 수포자를 위한 학습앱 바풀은 복잡한 수식이나 그래프가 들어간 수학문제를 사진으로 올리면 답을 달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해 여성창업경진대회 최우수상, 정주영 창업경진대회 최우수상을 받으며 사업 가능성을 인정받았다. 그러나 수익화 부진으로 창업 6년 차인 2017년에는 네이버 관계사 라인플러스에 바풀을 전격 매각하고 엑시트(자금회수)했다. 이와 함께 라인플러스에 스카웃돼 인공지능(AI) '클로바', 인터넷 방송 플랫폼 'V앱' 일본판 서비스 등을 맡았다.

한 번의 창업 실패를 경험한 그녀는 레몬트리로 두 번째 창업을 시도했다. 두 아이의 엄마가 된 후 새로운 도전에 나선 것이다. 그녀는 돈은 왜 살 수 없냐는 아이의 귀여운 질문에 아이디어를 얻었고, 남다른 추진력으로 곧바로 서비스를 구체화시켰다. 이렇게 탄생한 것이 자녀 용돈 관리부터 투자 교육까지 가능한 용돈관리 앱 '퍼핀(first fintech for family, firfin)’이다.

퍼핀은 가족이 함께 자녀의 올바른 용돈생활을 지원하는 것은 물론, 소비·저축·투자교육까지 가능한 서비스로 올해 상반기 출시를 앞두고 있다. 자녀 본인 명의 휴대폰으로 가입 가능하며, 은행 방문 및 자녀 계좌 개설 없이도 용돈지갑을 간편하게 만을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서비스 출시 전부터 금융업계와 교육기업들로부터 관심을 한 몸에 받고 있는 레몬트리는 지난해 매일경제 경제경영연구소, 메가스터디와 콘텐츠 제휴 협약 MOU를 체결하면서 경제금융교육 콘텐츠 개발 역량을 독보적으로 강화해 나가고 있다.



연쇄창업가, 대출 전문 빅데이터 핀테크 기업 ‘핀다’ 이혜민 공동대표
대출 비교 플랫폼 ‘핀다’를 운영 중인 이혜민(39) 공동대표는 2011년부터 지금까지 네 번이나 회사를 창업한 대표적인 연쇄창업가다.

이 대표는 고려대 서어서문학과를 졸업 후 STX지주회사 신사업전략기획실에서 일했다. 대기업을 뛰쳐나와 샘플 화장품 정기 배송 서비스 '글로시박스'를 창업했다. 이후 유아용품을 정기 배송하는 '베베앤코', 건강관리 서비스 눔(NOOM)의 한국 법인 대표를 맡는 등 화려한 이력을 가지고 있다.

이 대표는 일상생활 속에서 많은 사람이 불편하거나 비효율적이라고 느끼는 것을 발견할 때 창업의 필요성을 느낀다고 말한다. 그녀는 대출을 이용할 때마다 내가 신청할 수 있는 대출 상품에 대해 미리 파악하고 싶다는 생각으로 2015년 비교대출 서비스 핀다를 만들었다.

국내 대출 비교 플랫폼 1호인 핀다는 모바일 앱을 통해 금융사별로 정확한 대출 조건을 확인한 후 맞춤형 대출을 신청하는 비교 대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그동안 대출을 받기 위해 발품을 팔아 은행을 방문했지만 핀다에서는 금융정보만 입력하면 나에게 가장 유리한 대출 조건을 한눈에 확인할 수 있다. 업계 최다 62개 금융사의 대출조건을 1분 이내로 조회해 주는 맞춤 대출 중개 서비스와 연체 방지 알림, 대환 가능성 진단 등 종합 대출 관리 서비스로 소비자들의 어려움을 해결해주고 있다.

핀다는 지난해부터 본격화된 마이데이터 산업의 취지와 목적에 맞게 대출 관리에 집중하여 업계 최대 수준인 324개 금융기관의 대출 관련 마이데이터를 접목시키고 있으며, 그 결과 마이데이터 론칭 후 10개월 만에 사용자 20만명을 돌파했다.



‘포브스 30인 선정’ 인공지능 광고 플랫폼 ‘아드리엘’ 엄수원 대표
엄수원 대표(36)가 이끄는 아드리엘은 기업이 디지털 마케팅을 효율적으로 관리, 운영할 수 있도록 다양한 서비스와 플랫폼을 제공하는 스타트업이다. 이 플랫폼은 구글, 페이스북, 네이버 등에 사용자의 광고 집행을 자동화하고, 그 성과를 종합적으로 분석해 기업의 효율적인 마케팅 활동을 돕고 있다.

마케팅-연쇄 창업으로 포브스 30인에 선정된 엄 대표의 첫 창업은 2014년 8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프랑스인 남편 올리비에 뒤센느와 인공지능 기반 금융분석 솔루션 스타트업 '솔리드웨어'를 공동창업해 7개월 만에 성공적으로 엑시트 했다. 곧이어 첫 번째 사업 경험을 바탕으로 2018년 아드리엘을 창업했다. 첫번째 창업 당시에 초보 사업가로서 마케팅 부분에서 여러가지 고민과 어려움을 많았는데 이러한 문제를 가진 기업들에게 해결책을 제시해주는 비즈니스 솔루션이 있다면 승산이 있을 것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아드리엘의 주요 솔루션인 애드옵스 (AdOps)는 여러 매체들의 광고 데이터를 한 곳에 모아 보여주고 그 중 광고 효과가 뛰어난 매체나 이미지, 동영상 같은 소재에 예산을 더 투입하는 등의 액션을 취할 수 있도록 도와주며 광고 관리자(마케터)의 시간을 절약해 업무 효율성을 높여준다.

아드리엘은 '기업의 성장을 돕는다'는 미션 아래 작년에만 7000여 곳의 고객사를 확보했으며, 작은 규모의 스타트업 및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서비스를 지속 확대해 나가고 있다.

kh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