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인구주택총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1인 가구는 약 716만 가구다. 이 중 20.8%인 149만 가구가 서울에 거주한다. 첨단산업이 발달하면서 서울의 청년층 1인 가구도 증가하고 1인 가구를 위한 주택도 다양하게 공급되고 있다. 다가구, 다세대부터 청년층을 겨냥한 소형 오피스텔, 도시형생활주택 공급 물량도 늘었다. 고시원도 준주택으로 자리잡았다. 임대주택은 개인이 호별로 임대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법인이 수십, 수백 호를 일괄 임대하거나 주택의 일부 또는 전부를 공유하는 셰어하우스, 코리빙하우스 등도 있다.
지난달 건축법상 임대형 기숙사가 신설됐다. 지금까지 기숙사는 공장이나 학교 등에서 종업원, 학생 등을 위한 시설로 제한됐다. 임대형 기숙사는 공공, 민간임대사업자가 일반인을 대상으로 임대할 수 있다. 다만 임대 목적으로 제공하는 실이 20실 이상이고 공동취사시설 이용 가구가 전체 가구의 50% 이상이어야 한다. 4월부터 확정·시행될 예정인 임대형 기숙사는 다중주택이나 고시원과 달리 연면적 제한이 없어 대규모로 건축될 수 있다. 주차대수도 200㎡당 1대로 도시형생활주택이나 오피스텔의 기준인 가구당 0.5대보다 완화될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정부는 임대형 기숙사 도입으로 국내에도 영국의 올드오크, 미국의 커먼과 같은 대규모 코리빙하우스가 등장하기를 기대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세계적 수준의 코리빙하우스가 등장하지 못한 이유는 무엇일까. 좋은 시설과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높은 임대료가 전제돼야 한다. 그러나 전세제도가 있는 우리나라의 경우 보증금은 높고 상대적으로 월세는 낮은 편이어서 기업의 임대사업 환경은 좋지 않았다. 지난해 1월부터 서울에서 거래된 전용면적 20㎡ 이하 단독·다가구 월세는 보증금 1554만원에 월세 40만원이었다. 연립·다세대는 보증금 2977만원에 월 45만원이었다. 임대료가 높은 오피스텔과 아파트도 각각 보증금 2659만원에 54만원, 아파트 3498만원에 45만원이었다. 임대료가 가장 높은 서울 강남구 오피스텔도 평균 70만원 수준이었다. 올드오크와 커먼의 임대료는 한화로 평균 200만원 이상이다.
한편으로는 우리나라의 개발사업은 착공 후 분양을 통해 단기간에 투자자금과 개발이익을 회수하는 구조가 일반적이다. 임대료가 높아서 임대사업이 원활한 지역일수록 분양 수요도 탄탄하기 때문에 굳이 장기간 운영하고 자금을 회수해야 하는 임대사업을 선호하지 않는다. 민간임대 아파트인 뉴스테이는 각종 혜택 속에 전국적으로 대량 공급됐지만, 공급자와 임차인 모두 임대 서비스보다는 임대 후 분양에 관심이 컸다. 또 대기업일수록 세입자의 민원에 민감하기 때문에 임대사업을 꺼리기도 한다. 임대형 기숙사의 경우 호별로 분양하기 어렵기 때문에 임대 후 건물을 통매각해야 하는 어려움도 있다.
최근 우리나라 청년층의 소득이 높아지면서 강남권이나 도심권 등 오피스 밀집 지역과 대학가를 중심으로 맹그로브, 홈즈컴퍼니, 에피소드와 같은 기업형 코리빙하우스가 성장하고 있고, 우주와 동거동락 같은 셰어하우스도 활발하게 운영 중이다. 임대주택 운영전문회사의 경우 신설된 임대형 기숙사를 통해 규모를 키우고,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도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1인 가구의 증가로 고소득 청년층을 대상으로 한 주택상품과 서비스는 증가할 전망이다.
김혜현 알투코리아부동산투자자문 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