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굴욕외교' 비판에…윤 대통령 "모든 책임 내가 진다" 경제효과 자신감

입력 2023-03-07 18:22
수정 2023-03-08 01:31

윤석열 대통령은 정부의 일제 강제징용 피해배상 해법에 대해 야당을 중심으로 ‘굴욕 외교’라는 비판이 제기되자 “모든 책임은 내가 지겠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 대통령은 지난 6일 참모들과의 회의에서 “대통령으로서 수행해야 할 외교와 안보, 국방 정책의 책임은 내게 있다”며 이같이 강조했다고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가 7일 전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도 피해배상 해법에 대해 “그동안 피해자 입장을 존중하면서 한·일 양국의 공동 이익과 미래 발전에 부합하는 방안을 모색해온 결과”라며 “한·일 간 미래 지향적 협력은 양국은 물론이거니와 세계 전체의 자유, 평화, 번영을 지켜줄 것이 분명하다”고 말했다. 비공개회의에선 “김대중-오부치 선언의 기본 정신을 계승하고 한·일 정상 셔틀 외교를 복원하겠다는 건 대선 공약이었다”며 “국민에게 한 약속을 지키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윤 대통령은 국정 지지도 하락 등 단기적인 정치적 타격을 감수하더라도 조기에 한·일관계 정상화를 매듭지어야 한다는 의지가 강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과거 정부처럼 여론을 의식하며 좌고우면해선 안 된다는 생각이 확고했다는 게 대통령실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이런 결단에는 경제적 효과에 대한 자신감이 깔렸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윤 대통령은 수출규제 해제, 화이트리스트(수출 관리 우대국) 재편입을 넘어 한·일 경제 교류가 본격 활성화되면 국내 기업에 큰 수혜로 돌아올 것으로 확신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최근 참모들과의 회의에서 “양국 기업 간 신산업 분야 전략적 파트너십이 활성화되고 고비용·고위험 분야의 공동 기술 개발로 비용이 절감될 것”이라는 보고를 받고 공감한 것으로 전해졌다.

실무진은 회의에서 “글로벌 공급망 질서가 보편적 가치를 공유하는 국가들끼리 재편되는 경제안보 상황에서 한·일 협력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라고 보고했다.

정부는 한·미·일 삼각 안보·경제협력 강화를 위해 일본, 미국과 연쇄 정상회담도 추진하고 있다. 이달 중순 일본 측 초청으로 방일해 기시다 후미오 총리와 정상회담을 하는 외교 일정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교도통신은 “윤 대통령이 16~17일 방일할 수 있다”며 구체적인 일정까지 보도했다. 외교가에선 양국 정상회담 직후 일본의 수출규제 철회,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정상화 등 현안이 일괄 타결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양국의 조율이 순조롭게 이뤄질 경우 윤 대통령과 기시다 총리가 정상회담 직후 공동선언을 발표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한·일 정상회담 개최 여부는 4월 26일 미국 워싱턴DC에서 예정된 한·미 정상회담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전망이다. 5월 일본 히로시마에서 개최되는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서 한·미·일 3국 정상회담도 열릴 수 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한·일, 한·미·일 정상회담 일정과 내용은 아무것도 결정된 게 없다”며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좌동욱 기자 leftk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