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超)개인화 시대’의 마케팅은 과거와 차원이 다른 소비자 분석을 요구한다. 연령이나 성별이 같다고 소비 습관까지 비슷할 것이란 보장이 없기 때문이다.
국내 1위 식품사 CJ제일제당이 1998년부터 최신 트렌드만 연구하는 전문 조직 ‘트렌드 인사이트팀’을 운영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이들은 빠르게 변하는 소비자 ‘입맛’을 누구보다 빨리 파악해 관련 부서와 협업하고 있다. 채식주의 즉석밥 같은 실험적 제품이 이들의 리서치 결과에 기반해 탄생했다.
7일 CJ제일제당에 따르면 이 회사 트렌드 인사이트팀은 18명의 MZ세대(밀레니얼+Z세대) ‘덕후(관심사에 빠져드는 사람)’로 구성됐다. 프로틴(단백질), 소비자 리뷰, 전자기기 등 관심사도 다양하다.
이들이 최신 트렌드를 포착하는 방법은 간단하다. 바닥 훑기다. 소비자의 요즘 관심사를 파악하기 좋은 플래그십 스토어 등 다양한 공간에 방문해 소비 행태를 관찰한다. 임영하 팀장은 “요즘 소비자들은 니즈(needs·필요한 것)뿐 아니라 원츠(wants·갖고 싶은 것)도 중요하게 생각한다”며 “직접 소비자의 라이프 스타일을 경험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팀원들은 각자 발견한 트렌드를 토론장에 올려놓고 더 큰 패턴을 찾아낸다. 치즈 맛 떡볶이가 인기라는 사실을 발견했다고 치즈 맛 제품을 출시하자는 결론에 머물러선 안 된다. 사람들이 치즈의 식감을 좋아한다는 아이디어로 확장해 다른 제품에까지 적용해야 한다.
작년 12월 출시한 ‘햇반 플랜테이블 그레인보울’이 이런 과정을 거쳐 내놓은 신제품이다. 사내벤처와 협업해 쌀 대신 병아리콩, 고구마, 강낭콩 등을 익혀 밥에 얹어 먹거나 샐러드 토핑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개발했다.
트렌드 인사이트팀은 매년 한국에 적용되는 식문화 트렌드를 내놓는다. 2만여 명의 소비자 분석을 통해 발표한 올해의 식문화 키워드는 ‘J.U.M.P’다.
미식의 즐거움(joyful), 유용한 집밥(useful), 가치소비(meaningful), 음식 궁합(pairing)의 영어 첫 글자 조합이다. 올해 국내 소비자들은 △맛있으면서도 간편한 식사로 건강을 관리하기를 원하고 △음식 간의 궁합을 생각해 끼니를 구성하며 △환경을 고려한 제품 용기를 선택할 것이란 분석이다.
코로나19를 기점으로 식사 횟수가 감소한 게 이런 결과를 낳았다는 게 이들의 판단이다. CJ제일제당 빅데이터 분석에 따르면 하루 평균 식사 횟수는 2019년 2.84회에서 2021년 2.69회로, 끼니당 메뉴 수는 2.99개에서 2.89개로 줄었다. 과거에 비해 탄수화물 함량은 낮고 단백질 함량이 높은 제품을 찾는 경향도 뚜렷해졌다.
급격한 물가 상승으로 2030 사이에서는 가성비(가격 대비 품질) 소비와 프리미엄 소비가 공존한다는 게 이들의 판단이다.
김강희 매니저는 “젊은 세대는 주말에 20만원짜리 위스키를 마셨다면 평일에는 삼각김밥으로 때워도 개의치 않는다”며 “경기가 어려워지니 외식을 줄일 것이란 과거의 단순논리가 통하지 않는 시대”라고 했다.
한경제 기자 hanky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