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한국의 1인당 국민소득(GNI)이 3만5000달러를 밑돈 것으로 나타났다. 원화 가치가 급격히 하락(환율 상승)한 데 따른 것이다. 20년 만에 대만에 역전됐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한국은행이 7일 발표힌 '2022년 4분기 및 연간 국민소득(잠정)'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1인당 GNI는 달러 기준으로 전년(3만5373달러) 대비 7.7% 줄어든 3만2661달러로 집계됐다.
1인당 GNI는 지난 2017년 3만1734달러로 첫 3만달러를 돌파한 뒤 2018년 3만3564달러까지 상승했지만, 2019년(3만2204달러), 2020년(3만2038달러) 2년 연속 하락했다. 2021년(3만5373달러)에는 3년 만에 상승 전환하면서 3만5000달러를 넘어섰지만, 다시 감소로 나타났다.
명목 국민총생산(GDP) 지난해 3.8% 성장했지만, 원화 가치가 큰 폭으로 떨어진 영향이다. 원·달러 환율은 지난 2021년 연평균 1144원에서 지난해 1292원으로 12.9% 급등(가치 하락)했다.
최정태 경제통계국 국민계정부장은 "1인당 국민소득이 원화 기준으로 4.3% 증가했음에도 불구하고 원화 가치가 큰 폭하락하면서 달러 기준 1인당 국민소득이 하락 전환했다"며 "경제성장, 물가 상승이 각각 896달러, 437달러 증가하는 데 기여한 반면 환율 상승은 4207달러 감소하는데 기여했다"고 설명했다. 국외순수취요소소득, 인구 감소는 각각 88달러, 74달러 증가하는데 기여했다.
1인당 국민소득은 한 나라 국민의 평균적 생활 수준을 보여주는 지표다. 명목 물가를 반영한 성장률인 명목 GDP에 국민이 해외에서 벌어들인 명목 국외순수취요소소득을 더한 명목 GNI를 통계청 추계 인구로 나눠 원·달러 환율을 반영해 계산한다. 달러화로 환산되기 때문에 환율이 상승하면 1인당 GNI는 감소한다.
1인당 국민소득은 원화 기준으로는 4220만3000원으로 1년 전보다 4.3% 늘었다. 역대 가장 높은 수준이다.
지난해 한국의 1인당 GNI가 대만에 역전 당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UN 발표 기준으로 2021년 한국의 1인당 GNI는 3만5373달러로 대만(3만3756달러) 보다 높았다. 인구 5000만명 이상 국가 가운데 7위였다.
대만 통계청 자체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 대만의 지난 1인당 GNI 규모는 달러 기준 3만3565달러였다. 같은 기간 한국(3만2661달러) 보다 소폭 높았다. 정확한 수치는 국제 기준이 발표되면 확인할 수 있지만, 한국의 1인당 국민소득이 대만에 추월 당했을 경우 2002년 이후 20년 만에 한국을 넘어서게 된다. 최 부장은 "지난해의 경우 대만 환율이 6.8% 상승했지만 우리나라는 12.9% 상승했기 때문으로 환율 요인이 크다"고 말했다.
다만 국제기구 등에서 각 국가의 1인당 GNI를 비교할 때 환율과 추계 인구 등 기준이 국가마다 다르기 때문에 현재로서는 정확한 비교는 어렵다는 게 한은 설명이다.
한은은 가까운 미래에 우리나라의 1인당 국민소득 4만 달러 달성이 가능하다고 내다봤다. 최 부장은 "향후 우리나라가 2% 내외의 성장률을 나타내고 물가 성장률도 2% 내외 수준이 지속되고 환율도 과거 10년 평균인 1145원 수준을 유지한다면 멀지 않은 시기에 1인당 국민소득 4만 달러 달성이 가능하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전망한다"고 말했다.
조미현 기자 mwi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