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양화가 손홍숙 작가는 요즘 손가락 마디마디가 상처투성이다. 매일같이 하는 게 딱딱한 동판을 긁고 깎아내는 일이어서다. 그는 캔버스 대신 금속 위에 작품을 그린다. 자작나무, 연꽃, 옥수수 등 일상에서 본 자연의 풍경을 동판 위에 담아냈다.
그의 동판화 작품을 볼 수 있는 개인전 'Nature & I'가 서울 부암동 갤러리라온에서 열리고 있다. 동판에 그림을 그리는 일은 만만치않다. 기계를 사용해 금속 위에 선을 새기고 색을 입히는 작업은 캔버스에 붓질을 하는 것보다 더 큰 에너지가 필요하다.
그럼에도 그는 작업을 멈추지 않는다. 금속 위에 새겨진 자연이 햇빛처럼 찬란하게 빛나는 모습을 보면 그 어느 때보다 큰 기쁨을 맛볼 수 있어서다.
손 작가는 작품을 만들며 자신도 자연의 일부분임을 느낀다고 말한다. "모든 사람은 환경과 유전적 요인에 따라 각기 다른 모습과 색깔을 갖고 있어요. 어떤 사람은 빛을 내기도 하고, 어떤 사람은 자기 고유의 멋대로 행복을 추구하죠. 그 모습을 기계로 새기면서 나도 자연적 인간 체계 속의 하나임을 깨닫습니다."
전시는 이달 30일까지 열린다.
이선아 기자 sun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