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현 전 더불어민주당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이 6일 "잃어버린 신뢰를 회복하는 길은 오로지 희생밖에 없다"며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대표직 결단을 촉구했다. 다만 직접적으로 당대표직 사퇴가 아닌 대규모 인적 쇄신을 요구했다.
박 전 위원장은 이날 국회에서 "이 대표가 지난 8개월간 보여준 모습은 국민을 위한 대표도, 당원을 위한 정당 대표가 아니었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이 대표는 당 대표로 당선된 이후 국민께 한 약속을 제대로 지키지 않았다"며 "국민의 삶도 정치개혁도 정당개혁도 그 어느 것도 약속대로 실천하지 않았고, 당은 계속 분열됐다"고 비판했다. 이 대표 체제 들어 강성 지지층인 개딸(개혁의딸)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팬덤 정치'로 인한 당 내홍이 심해졌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30여명의 이탈표가 나온 이 대표 체포동의안 부결에 대해서는 "당내 민주주의가 철저히 망가진 비참한 모습"이라고 지적했다. 박 전 위원장은 "압도적 부결을 예상했지만, 찬성표가 1표 더 많았다"며 "강성 팬덤의 위세에 눌려 앞에서 반대하고 뒤에서 찬성하는 의원이 많았다는 걸 증명하는 결과"라고 말했다.
박 전 위원장은 "지금 이 대표는 방탄을 위해 당을 위기로 몰아넣는 이기적 모습만 보여줬다"며 "이 대표가 결단해야 한다"고도 했다. 다만 그는 "이 대표 사퇴를 요구하지 않는다"며 비명계 일각에서 거론되는 '이재명 사퇴론'에 대해선 선을 그었다.
박 전 위원장은 "지금의 당은 전략도 비전도 가치도 없어 보인다"며 "당직자를 교체해야 한다"고 했다. 사무총장·대변인·전략기획위원장 교체를 비롯한 대규모 인적쇄신을 요구한 것이다. 그는 "이재명의 민주당이 아니라 민주당의 이재명이 돼야 한다"며 이 대표의 변화를 촉구했다. 이날 기자회견은 비이재명계 중진인 이원욱 의원이 원외 인사인 박 전 위원장에게 자리를 마련해줘 성사됐다. 이 의원은 기자회견 직전 "박 전 위원장을 비롯한 민주당을 사랑하는 청년들이 민주당에 대해 하고 싶은 말이 있다고 했다"며 "당연히 청년이 하고자 하는 데 도움을 주고자 이 자리를 마련했다"고 언급했다.
원종환 기자 won040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