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가 국민연금 기금운용 체계 개선에 나섰지만 이번에도 ‘찔끔 개혁’에 그치거나 공염불이 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 내에서 부처 간 이해관계가 다른 데다 국민연금의 정치적 독립화에 대한 반대의견도 있기 때문이다.
6일 관련 부처에 따르면 정부는 기금운용 제도 개선 등을 위해 기금운용발전 전문위원회를 꾸려 운용 체계 개선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전문위는 농림축산식품부·산업통상자원부·고용노동부 당연직 위원(해당 부처 차관)을 제외하는 등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의 전문성을 높이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개편 방안은 과거에도 추진됐지만 번번이 무산됐다. 2019년 기금운용체계 개편 과정에서도 현행 6명인 기금위 내 정부 인사를 3명으로 줄이는 안이 논의됐으나 결국 유야무야됐다. 정부 입김이 줄어드는 개혁안에 대해 관련 부처는 물론 여권도 반대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전문가들은 2005년 이후 바뀌지 않고 있는 기금운용체계를 근본적으로 바꿔야 한다고 지적했다. 자본시장연구원은 지난해 보고서를 통해 기금운용본부를 공사로 독립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연구원은 “기금운용의 효율성과 독립성을 높이려면 지배구조를 민간전문가 집단으로 재편해야 한다”며 “이를 위해서는 하부 집행조직을 독립시켜야 한다”고 했다. 이른바 ‘기금운용공사’ 설립안은 2004년부터 정부가 검토했지만 본격적으로 추진된 적은 없다. 일각에서 보건복지부의 ‘밥그릇 넓히기’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 데다 기획재정부는 공사가 기재부 산하에 있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등 부처 간 의견도 엇갈렸기 때문이다.
기금을 분할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시장에 충격을 주지 않고 전략적 자산 배분을 하기 위해 여러 기관이 복수로 나누어 간접운용하는 방식이다. 윤석명 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은 “스웨덴 국가연금펀드(AP)는 2001년 기금운용 조직을 5개로 쪼갰다”며 “국민연금도 기금을 분할해야 한다”고 말했다. 반대 의견도 있다. 조국준 전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은 “기금을 분할해도 결국 운영 과정에서 수익률은 모두 벤치마크(기준수익률)에 수렴하게 된다”며 “기금 분할은 수익률 제고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임도원/류병화 기자 van769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