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어제 비상경제장관회의에서 확정한 근로시간제 개편안은 주 52시간제라는 퇴행적 노동 개악을 일부 정상화하는 조치다. 2018년 전격 도입된 주 52시간제는 세계에서 유례를 찾을 수 없을 정도의 획일적·경직적 규제로 부작용을 양산했다. 노동시간 축소로 수입이 줄어든 중소기업과 소상공인 근로자는 ‘저녁이 있는 삶’은커녕 퇴근 후 대리운전 등 투잡, 스리잡으로 내몰렸다. 하청을 받는 중소기업 대표들은 납품 기일을 맞출 수 없어 폐업을 고민해야 했다. 중소기업중앙회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지난해 1월 벌인 설문조사 결과, 차기 정부가 추진해야 할 최우선 과제로 ‘주 52시간제 등 노동규제 유연화’(40.5%)가 꼽혔을 정도다.
이번 개편안은 ‘1주 단위’의 연장근로 칸막이를 제거해 근로자에게 주 4일제, 안식월 등 다양한 근로시간 제도를 누릴 수 있는 편익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진일보했다는 평가다. 하지만 주 52시간제의 기본 틀을 유지한 채 한 주 최대 69시간이란 상한을 둔다는 점에서 한계도 명확하다. 근로 형태와 사업 방식이 시시각각 변화하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근로시간에 일률적 기준을 적용하는 것 자체가 시대착오적이다. 주요 선진국은 대부분 노사가 합의하면 연장근로를 최대한 허용하고, 미국은 가산임금을 통해 초과근로를 억제한다. 우리나라처럼 50%의 가산임금률에 근로시간 상한, 강력한 형사처벌이란 ‘3중 규제’로 압박하는 나라는 드물다.
정부는 입법예고 기간을 거쳐 오는 6~7월 근로기준법 등 관련 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할 계획이다. 거대 야당도 이번만큼은 결자해지 차원에서 여당 때 오류를 바로잡는 노력을 해야 한다. 더불어민주당이 입버릇처럼 외치는 민생 현안 아닌가. 이번에도 무산된다면 한국은 일하고 싶은 자유를 가로막는, 그야말로 노동후진국 신세를 면치 못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