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대한 국회 체포동의안 표결로 불거진 민주당 내 갈등이 악화되고 있다. 당원들까지 친명(친이재명)과 비명(비이재명)으로 갈려 당 인터넷 게시판에서 충돌했다. 이 대표가 뒤늦게 진화에 나섰지만 좀처럼 수습되지 않는 분위기다.
민주당 권리당원의 청원게시판인 ‘국민응답센터’에 지난달 28일 이낙연 전 대표를 당에서 영구 제명할 것을 요구하는 글이 올라왔다. “대선 때 대장동 건을 터뜨려놓고 사과도 없이 미국으로 도망쳤다”며 이 전 대표에게 체포동의안 표결에서 나온 대규모 이탈표에 책임이 있다는 주장이다. 이 청원은 5일 기준 6만7000명의 동의를 받았다. 5만 명 이상 동의를 얻은 청원에는 당이 공식적인 답변을 해야 한다.
비명계 당원도 맞불 청원을 올리고 있다. 지난 3일 올라온 ‘이재명 당대표 사퇴 및 출당, 제명을 청원합니다’는 제목의 글은 게시 이틀 만에 3000여 명의 동의를 받았다. 게시자는 “민주당이 합리적인 가치를 추구하는 공당의 모습으로 돌아와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 대표는 뒤늦게 지지자들을 만류하고 나섰다. 그는 4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내부를 향한 공격이나 비난을 중단해달라”며 “민주당이 콘크리트처럼 단단해져야 검사 독재 정권에 더 결연히 맞설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가 지지자들에게 자제를 요청하는 메시지를 낸 것은 표결 후 처음이다.
이 대표의 설득에도 비명계로 분류된 의원들은 “달라진 게 없다”고 전했다. 한 서울 지역 의원실 비서관은 “의원이 페이스북에 체포동의안 부결을 환영하는 글을 올렸는데 매일 쏟아지는 전화에 정상적 업무가 불가능한 수준”이라고 전했다.
전범진 기자 forwar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