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을 맞아 전국적으로 대규모 입주장이 열린 가운데 아파트 입주 전 사전 점검에서 하자(정상적인 상태를 충족하지 못하는 결함)를 발견한 입주 예정자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사전 점검 당일 인부들의 담배꽁초, 인분 등이 발견돼 사회적으로 논란이 된 사례도 있다. 전문가들은 “아파트를 짓는 과정은 수백 가지 공정으로 이뤄진 만큼 하자는 반드시 발생한다”며 “내 집을 꼼꼼히 살펴 시공사에 적극적으로 보수를 요청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하자 분쟁 갈수록 증가
5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작년 8월 말 기준 국토부 산하 하자 심사·분쟁조정위원회의 하자 접수 건수는 2202건으로 집계됐다. 분쟁위에 신청된 하자 건수는 갈수록 증가하는 추세다. 5년 전인 2018년엔 3818건이었던 접수 건수는 2021년 7686건으로 크게 늘었다.
입주 전 아파트에서 하자를 발견하면 시공사에 요청해 보수받는 게 일반적이다. 하자 여부나 원인이 불분명해 시공사가 보수를 거부하면 소송을 해야 한다. 소송 과정이 수년씩 걸리다 보니 이를 조속히 해결하기 위한 분쟁위가 운영되고 있다.
하자 신청이 늘어난 데는 입주자의 인식 변화 영향이 크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김화봉 아이티엠건축 전무는 “인터넷, 소셜미디어 등을 통해 과거 입주자들이 생각하지 못한 부분에 대한 하자 정보가 널리 공유되고 있다”며 “소비자로서 적극적으로 권리를 찾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코로나19 사태, 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원자재 수급 문제 등이 겹치면서 공사 일정이 지연된 것도 주된 원인 중 하나로 꼽힌다. 공급물량이 몰린 상황에서 입주일을 맞추기 위해 기능이 떨어진 인력을 대거 투입하다 보니 하자가 자주 발생한다는 얘기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과거에도 공사 현장에 담배꽁초를 버리거나 인분 등을 방치하는 사례가 종종 있었지만 요즘처럼 잦지 않았다”며 “시공사가 빠듯한 공사 일정 내에 하도급 인부들의 업무까지 케어하기 어렵다 보니 발생하는 문제”라고 지적했다.
올해부터 전국 입주 물량이 급증함에 따라 하자 관련 갈등도 늘어날 전망이다. 부동산R114와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올해부터 내년 12월까지 2년간 입주 예정 물량이 전국 79만5822가구로 집계됐다. 2021년과 작년 입주 물량(63만3021가구)보다 25.7%가량 많다. “욕실 천장 점검부 확인 필수”입주 전 사전점검은 통상 입주 한두 달 전에 실시한다. 일반적으로 입주자들은 도배와 도장, 벽지, 조명 등 집 내부 마감재와 관련한 부분을 살피지만 건축(토목, 조경), 전기, 통신, 소방, 기계 등 아파트 관련 모든 부분이 사전 점검 대상이다.
옥상, 계단, 화단, 필로티 등 공용 부문에 대한 점검도 꼼꼼히 해야 안전사고를 예방할 수 있다. 예컨대 아파트 옥상 난간이 건물 안쪽이 아닌 외벽 쪽으로 기울어져 있으면 겨울에 건물 외벽으로 고드름이 떨어져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환풍 통기관에 방충망을 설치하지 않으면 벌레, 쥐 등이 아파트 내부로 들어갈 수 있다. 김 전무는 “법적으로 문제가 되지 않는 부분도 입주민의 안전을 위해선 시공사에 적극적으로 개선을 요청해야 하고 시공사도 이를 들어줄 의무가 있다”고 했다.
전용 부문에선 누수, 결로, 화장실 바닥 구배(경사도) 등을 꼼꼼히 살펴야 한다. 다른 하자 공사는 대체로 단기간에 끝낼 수 있는 데 비해 누수와 결로 공사와 타일 공사 등은 시간이 오래 걸리고 비용도 많이 든다. 손희석 홈체크(사전점검 대행업체) 마케팅팀장은 “화장실 천장의 플라스틱 점검부 쪽을 열어보면 물이 고인 경우가 종종 있다”며 “위층 화장실에서 물이 새는 것일 확률이 높다”고 말했다.
바닥 타일이 들떴는지 주먹으로 두드려보는 방법도 조언했다. 손 팀장은 “요즘엔 입주할 때 욕실 바닥에 줄눈 시공을 하는 경우가 많은데 바닥 타일이 들뜨면 이 줄눈 시공도 문제가 된다”며 “타일을 두드렸을 때 ‘통통’하고 소리가 크게 나면 시공사에 보수를 요청해야 한다”고 했다.
하자 담보 책임 기간은 공사 종류에 따라 다르다. 단열 창호 조경 통신 등은 3년 내에, 철근콘크리트 조적 방수 등은 5년 내 보수를 신청할 수 있다. 미장 도장 타일 등 대부분의 마감 공사는 보증 기간이 2년이다.
층간소음도 이르면 올해 말부터 하자 심사 대상에 포함된다. 정부가 작년 7월 층간소음 사후확인제를 도입하면서 이후 사업 승인을 받은 단지는 입주 전 층간소음을 확인하는 과정이 추가되기 때문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현재 층간소음 하자 판정 기준과 보수 방안 등에 대한 용역을 진행 중”이라며 “이르면 연말 또는 내년 초부터 분쟁위 심사 대상에 포함될 것”이라고 말했다.
심은지 기자 summi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