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한·일 과거사 대승적으로 매듭짓고 '자유·미래'로 함께 나아갈 때

입력 2023-03-05 18:00
수정 2023-03-06 07:15
2018년 대법원의 강제징용 배상 ‘깜짝 판결’ 이후 4년여 지속돼온 극한 갈등을 풀기 위한 해법이 오늘부터 한·일 양국에서 순차적으로 발표된다. 뒤엉킨 실타래를 푸는 방식은 예상대로 유일한 외교적 해법으로 지목돼 온 ‘제3자 변제’로 가닥이 잡혔다. 행정안전부 산하 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이 한국 기업들로부터 재원을 조성해 징용 피해자에게 대신 지급하는 방식이다. 1965년 한·일 청구권 협정에 따라 청구권 자금 수혜를 본 포스코 등의 우선 출연이 추진되고 있다.

미쓰비시중공업 등 가해 기업의 돈이 배·보상에 투입되는 것이 최선이지만 아쉽게도 무산됐다. 일본 기업들은 직접 배상금을 출연하는 대신 별도의 ‘미래청년기금’을 조성해 양국 관계 발전에 기여하는 쪽으로 조율됐다. 이 기금은 전경련과 게이단렌(일본경제단체연합회)을 통해 조성돼 유학생 장학금 등 양국 청년 교류 증진에 주로 사용될 예정이다. 대법원 판결이 국제법 위반이라는 지적이 만만찮은 상황에서 ‘배임 이슈’를 피하기 위한 고육책으로 보인다. 하지만 피해 당사자들이 불만을 제기하고 있는 만큼 가해 기업의 진솔한 사과 등을 통한 신뢰 증대가 더욱 중요해졌다.

더불어민주당은 예상대로 “최악의 굴욕외교”라며 공격에 나섰다. 집권 당시 한·일 관계를 파탄으로 몰아넣은 뒤 후폭풍을 감당하지 못해 협상을 구걸하더니 이제 또 ‘죽창가 모드’로 복귀할 태세다. 물론 전범기업 자산을 강제 매각하는 정공법을 왜 포기하느냐는 지적도 가능하다. 하지만 한·일 청구권 협정으로 ‘최종적 해결이 끝났다’며 손해배상 소송을 각하한 하급심이 2021년 나오는 등 법원마저 오락가락하는 현실도 직시해야 한다. 특정 재판부의 판결문만을 절대시해 파국을 자초하는 것은 현명한 태도가 아니다.

배상 못지않게 중요한 게 역사적·도덕적 우위 확보다. 그런 점에서 기시다 일본 총리가 김대중·오부치 선언을 계승해 ‘통절한 반성과 사죄의 뜻’을 표명하기로 한 것은 평가할 만하다. 중국발 안보·경제 위험 급증, 한계에 달한 북핵 위협 등을 고려할 때 한·일 협력의 필요성은 그 어느 때보다 절박하다. 두 나라는 민주주의와 시장경제라는 보편 가치에 바탕을 두고 세계의 평화미래 질서에 동행해야 할 동반자이기도 하다. 화해 물꼬를 튼 만큼 수출규제 폐지,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지소미아) 정상화 같은 후속 조치에도 속도를 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