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연습장을 힙하게 바꾼 괴짜…"이번엔 론치모니터 올인"

입력 2023-03-10 18:13
수정 2023-03-27 09:03
조성준 쇼골프 대표의 인생에는 ‘평범함’이라는 게 없다. 특수부대를 나와 아프리카에서 용병 생활을 했고, 그만둔 뒤에는 콩고민주공화국에서 벨기에 다이아몬드 회사에 다녔다. 그러다 한국에 들어와 2003년 차린 게 온라인 골프 예약사이트 XGOLF(엑스골프)다. 골프장이 별로 없던 당시는 따로 홍보를 하지 않아도 알아서 손님이 찾아오는 시기여서 조 대표의 창업을 모두가 뜯어말렸다. 그런데도 강행하는 그를 보고 업계에서 지어준 별명이 ‘괴짜’다.

XGOLF는 20년 만인 지난해 기준 회원 105만 명이 사용하는 국내 최대 골프 예약사이트로 거듭났다. 국내에 있는 골프장 540여 개 중 60%가 넘는 350여 개 골프장과 제휴를 맺고 연간 45만 팀이 XGOLF를 통해 골프 예약을 한다. 2019년 출시할 때 역시 물음표가 따라다닌 기업 전용 예약서비스 ‘신멤버스’는 지난해까지 450개 기업이 가입했다. 조 대표는 최근 한국경제신문 기자와 만나 “한발도 아니고 ‘반 발짝’ 먼저 움직인 것 같다”며 “많이 놀다 보니 돈 되는 게 보였다. 그래서 직원들한테도 많이 놀러 다니라고 말한다”고 했다.

그의 괴짜 이미지를 보여주는 예는 또 있다. 지금은 앱으로도 출시된 ‘골프 조인 서비스’다. 아마추어 골퍼가 비용을 내고 프로골퍼를 초청해 ‘프로암’을 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조 대표는 이를 10여 년 전에 떠올려 사업을 추진하다가 접었다. 조 대표는 “프로들이 프로암을 통해 추가적인 수입을 올릴 수 있도록 하려던 건데 당시 업계에서 반대가 너무 심했다”며 “5년만 늦었어도 성공했을 텐데 그 사업이 가장 아쉽다”고 입맛을 다셨다.

지난해 차린 쇼골프의 성공은 골프업계가 그에게 두던 의구심을 거둬들이는 계기가 됐다. 골프연습장 프랜차이즈인 쇼골프는 말 그대로 골프를 ‘쇼’처럼 즐기는 곳이다. 그래서 그라피티와 클럽 조명, 시끄러운 음악이 인도어 연습장을 가득 메운다. 볼링장으로 치면 ‘아케이드 볼링장’과 비슷한 분위기다. 쇼골프의 성공으로 2018년 처음 100억원 매출을 달성한 조 대표의 회사는 올해 연매출 300억원을 목표로 세울 정도로 성장했다.

쇼골프가 처음 출범할 땐 회사 안팎에서 실패할 것이라는 얘기가 많았다. 골프 연습장을 찾는 이들은 대부분 집중해서 연습하길 원하는데 그가 넣은 새로운 요소는 모두 집중을 방해하는 것들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힙한 분위기’의 연습장이 있다는 입소문을 탔고, 각종 방송에서 촬영 장소로 사용하는 등 젊은 골퍼가 모이는 곳이 됐다. 쇼골프는 김포공항점의 성공을 바탕으로 최근에는 가양점, 도봉점을 열었다. 올해 안에 10개 지점을 조성할 예정이다.

조 대표가 베팅한 다음 사업은 론치모니터(스윙 분석기) 시장이다. 그는 지난해 미국 론치모니터 시장 점유율 1위 브랜드인 플라이트스코프와 국내 유통 독점계약을 맺은 뒤 최근 제품을 시장에 내놨다. 조 대표는 “론치모니터는 대부분 고가기 때문에 선수와 골프 마니아층 등 소수를 대상으로 하던 시장”이라며 “이제는 1타를 줄일 수 있다면 지갑을 열 아마추어 골퍼가 많아진 만큼 성공할 자신이 있다”고 말했다.

조희찬 기자 etwood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