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는 곧 출간 예정인 자신의 책 '이준석의 거부할 수 없는 미래'에서 "망국신(亡國臣·나라를 망하게 하는 신하라는 뜻), 지금 이 시대에 떠오르는 하나의 집단이 있다. 군주가 이들을 멀리해야 하는데, 사실 그럴 가능성이 전혀 없어 보인다"고 비판했다. 평소 목소리를 높여온 윤핵관(윤석열 대통령 핵심 관계자)와 윤 대통령을 겨냥한 것으로 풀이된다.
5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오는 6일 출간 예정인 책에서 이 전 대표는 이렇게 밝혔다. 추천사는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썼다. 김 전 위원장은 "그간 진행돼온 한국 정치의 실상을 상세하게 묘사하고 있다"며 "보수 정치인들에게 일독을 권한다"고 했다.
이 전 대표는 먼저 지난 대선 과정에서 윤 대통령과 사이가 틀어지게 된 배경을 설명했다. '직접 소통'이 부족했다고 주장한 그는 "(후보와) 시간을 같이 보냈다면 득표는 덜했겠지만 직접 소통이 가능했을 것이고, 오해나 억측이 발생할 가능성도 적었을 것"이라며 "내가 후보와 다른 동선 위주로 돌아다니지 않았더라면 대선에서 패배했을 가능성도 높다"고 했다.
이어 "특히 후보는 지지세가 강한 편인 영남 지역을 도는 일정을 좋아했다"며 "공직선거를 처음 뛰어보는 후보의 입장에서는 환호해주는 군중이 많고 반응이 좋은 지역에 가면 힘을 얻으니 이해할 수 있었다"고 했다. 이 전 대표 본인이 보수 지지세가 약한 호남을 종종 찾으며 정치적으로 공략하는 것을 에둘러 어필하면서 윤 대통령을 비판한 것으로 보인다.
또 이 전 대표는 신하의 참소와 모함으로 군주가 잘못된 판단을 내린 역사적 사례들을 열거하면서 "대놓고 거짓 정보와 음해가 난무하는 상황이 반복된다면 그것은 지도자가 그런 정보를 소비하는 것을 좋아하고 즐기기 때문일 것"이라고 사실상 윤 대통령을 향해 직격탄을 날렸다.
3·8 전당대회 과정에서 나경원 전 의원을 규탄하는 연판장을 돌린 초선의원들에 대한 비판도 이어졌다. 그는 "최근 정치권에서 국민의힘 초선의원들이 보여준 양태는 매우 실망스러웠고, 당 대표를 쫓아내기 위해서, 전당대회에서 후보들을 소거법으로 제거하기 위해서 꺼내든 연판장이라는 방식은 그 자체로 폭력적이고 전근대적이었다"고 했다. 당대표를 지낸 지난해 7월 비대위 전환 요구 성명을 낸 것도 지적한 것으로 보인다.
보수정당의 방향성을 제시하는 데 책의 상당 부분을 할애한 이 전 대표는 "대한민국 대통령이 자당의 원내대표와 정치적으로 민감한 내용을 텔레그램 메신저를 통해 주고받는 모습이 포착됐다"며 "이는 (대통령이) 보편화된 다른 방법들, 즉 전화나 문자, 카카오톡 등을 신뢰하지 못한다는 의미"라고 썼다. 이는 윤 대통령과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 간 텔레그램 메시지인 이른바 '체리따봉' 사태를 겨냥한 것이다.
홍민성 한경닷컴 기자 m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