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블링컨 "전쟁 끝내라"…러 외무 "협상 대상 아냐"

입력 2023-03-03 17:39
수정 2023-03-17 00:31

지난해 2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후 처음으로 미국과 러시아 외교 수장이 만났다. 주요 20개국(G20) 외교장관회의가 열린 인도 뉴델리에서다. 미국은 우크라이나를 전폭적으로 지원하겠다는 뜻을 밝혔고, 러시아는 “협상은 없었다”고 의미를 축소했다. 평행선 달린 미·러미 국무부 관계자에 따르면 2일(현지시간)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과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이 짧은 면담을 했다. 블링컨 장관은 이 면담에서 “러시아의 침공에 대항하는 우크라이나의 방위를 돕기 위해 미국은 필요한 기간만큼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최근 참여 중단을 선언한 신(新)전략무기감축협정(New START·뉴스타트)에 복귀하라”고 촉구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지난달 22일 국정연설을 통해 뉴스타트 참여를 중단하겠다고 선언했다.

뉴스타트는 미국과 러시아 양국이 핵탄두와 운반체를 일정 수 이하로 줄이고 쌍방 간 핵시설을 주기적으로 사찰하는 방안을 담은 협정이다. 2026년 2월까지 유효하며 이후로도 효력을 유지하려면 연장 협상이 필요하다. 하지만 러시아의 일방적인 중단 통보로 연장 여부가 불투명해졌다.

블링컨 장관은 러시아에 구금돼 있는 폴 휠런의 석방도 요구했다. 휠런은 미국 해병대원 출신의 기업 보안 책임자다. 2020년 스파이 혐의로 체포돼 징역 16년을 선고받고 러시아에 구금돼 있다.

블링컨 장관은 면담 후 기자회견에서 “라브로프 장관에게 전쟁이 지속되는 한 우크라이나를 지원할 것이라고 했다”고 했다. 이어 “전쟁을 끝내고 정의롭고 지속 가능한 평화를 창출할 유의미한 외교에 관여할 것을 촉구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의 침략으로 잃은) 새로운 영토 지형을 받아들이지 않는 한 어떤 대화에도 흥미가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번 면담은 블링컨 장관의 요청으로 성사됐다. 러시아 측은 “협상은 이뤄지지 않았다”고 했다. 미, 우크라 추가 지원키로미국은 3일 우크라이나를 위한 새로운 군사 원조 패키지를 발표할 계획이다. 존 커비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은 2일 브리핑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가 3일 백악관에서 만나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속적인 군사 원조를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회담 후 추가 지원 방안이 나올 것으로 알려졌다.

로이터통신은 미국 관리들을 인용해 “미국이 발표할 신규 군사 원조 패키지는 4억달러(약 5200억원) 규모”라고 보도했다. 미국은 지금까지 우크라이나에 약 249억달러(약 32조원)를 지원했다. 지난달 23일에도 20억달러(약 2조6000억원) 규모의 지원 방안을 발표했다.

커비 조정관은 ‘중국에 대한 제재도 화두가 될 것이냐’는 질문에 “러시아에 대한 제3국(중국 등)의 우회 지원 문제가 지적될 수 있다고 기대해도 된다”고 말했다. 로이터통신은 “중국이 러시아에 군사적 지원을 할 경우 새로운 제재를 가하는 방안을 놓고 미국이 가까운 동맹국들의 의견을 타진하고 있다”고 전했다.

미 상무부는 2일 재무부·법무부와 공동성명을 내고 러시아 및 벨라루스 상대 제재를 회피하기 위한 수출 우회 활동 등에 대해서도 경고를 보냈다. 슈 액설로드 상무부 수출집행차관보는 “우리 수출 통제와 제재를 회피함으로써 푸틴 대통령의 전쟁을 뒷받침하려는 이들은 책임을 지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중국을 비롯해 튀르키예, 아랍에미리트(UAE), 우즈베키스탄 등 중앙아시아 국가와 아르메니아 등 코카서스 3국이 서방 주도의 러시아 제재 노력에 약한 고리로 부상하고 있다는 우려를 반영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