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의 조경에서 어린이 놀이터는 필수 요소이면서 적지 않은 면적과 비용을 차지한다. 과거 모래밭에 그네와 미끄럼틀 정도를 설치했던 데서 발전해, 단지내 물놀이 시설은 기본이며 안전·친환경 등을 위해 핀란드, 독일산 시설물을 공수하기도 했다. 일부에선 시설물을 단지 주민들이 독점하겠다며 외부 어린이 출입을 금지해 빈축을 사기도 했다. 최근엔 반대로 놀이터가 시끄럽다는 이유로 어린이 출입 제한을 요구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쓰는 사람도 없는데 주변 불량학생이나 몰려온다'며 폐쇄를 검토하는 곳도 있다. 대신 애완견 놀이터를 설치하는 단지는 늘어나고 있고, 일부에선 노년층을 위한 시설물을 모은 '시니어 파크'에 대한 검토도 이뤄지고 있다.
고급화하고 다양화되는 놀이터놀이터는 보통 신도시에선 수분양자들이 구성한 입주자대표회의가, 재건축·재개발 단지는 조합에서 건설사와 협의해 조성된다. 2000년대 아파트 단지의 어린이 놀이터는 보통 크고 비싼 시설을 경쟁적으로 설치했다. 예전처럼 단순한 미끄럼틀이 아니라 소형 암벽등반 시설, 줄타기 등이 결합된 크고 화려한 형태의 '조합놀이대'는 기본이 됐다. 국산 놀이기구 제작업체가 등장하기 전까지는 독일과 핀란드산 놀이기구를 사용하는 게 한 때 유행하기도 했다. 요즘은 국내 놀이 시설 제작업체들의 수준이 높아졌기 때문에 사후관리 문제로 외국산은 잘 사용하지 않는다. 놀이터의 대표 시설인 조합놀이대는 만화영화, 놀이동산 등 다양한 테마로 제작된다.
안전규정도 크게 강화돼 20~30년 전과 같은 모래밭 위 철제 기구는 거의 다 퇴출됐다. 바닥은 보통 우레탄 등 탄성이 있는 소재로 조성되며 최근엔 친환경 고무 등 소재를 사용하기도 한다.
물놀이 시설도 어린이들이 많은 단지에선 필수다. 2008년말 입주한 서울 서초구 반포자이에선 마당에 카약장까지 만들어 화제가 됐었다. GS건설 관계자는 "당시 괌의 리조트에 있는 시설을 보고와 그대로 재현하는 수준으로 만들었다"고 전했다. 일각에선 유지보수 비용 때문에 몇 년안에 폐쇄될 것이란 예상도 나왔지만 카약장은 지금도 활발하게 운영되고 있다. 다만 카약장은 널리 확산되진 못했고, 대신 물을 모아놨다 쏟아주는 물놀이터가 표준이 됐다. 젊은 부부가 주로 분양받는 신도시 아파트의 예비입주자 대표회의가 건설사에 요구하는 대표적인 품목이다.
최근 대단지 아파트에선 놀이터도 연령별로 유아용, 초등 저학년용, 고학년용으로 세분해 설치한다. 유아용 놀이시설은 그네, 시소, 흙놀이 등 연령이 낮은 어린이들이 흥미를 보이는 놀이기구를 설치한다. 유아를 데려온 보호자가 차를 마시거나 휴식을 취할 수 있는 티하우스 등의 공간과 가까운 곳에 배치한다. 고학년 어린이 용으로는 놀이와 운동을 함께할 수 있는 어려운 기구 등 주로 몸으로 놀이를 할 수 있는 기구가 설치된다.
서울에선 '찬밥'된 어린이 시설신도시와 달리 노년층과 독신 세대가 많은 서울의 재건축·재개발 신축 단지에선 놀이터가 천덕꾸러기 신세가 되고 있다. 집값이 비싼 지역에선 어린이를 키우는 젊은 부부도 많지 않아 놀이터에 대한 예비 입주민들의 관심도 적다.
보통 중고생 이상의 자녀를 둔 입주자가 많은 40~50평대(전용면적 100~145㎡ 가량) 주변에선 놀이터를 멀리 배치해야한다. 어린 아이를 키우는 집이 많은 20~30평대(전용 59~84㎡) 주변에 놀이터를 만드는 게 보통이다. 지난해 서초구의 한 신축단지는 어린이들의 노는 소리가 시끄럽다며 주민들이 인근 어린이집 아이들의 놀이터 출입 금지를 요구해 다툼이 벌어지는 등 한바탕 홍역을 치렀다. 연식이 된 아파트에선 놀이터 활용도가 떨어지고 불량 학생들이 몰려온다며 놀이터를 운동시설 등으로 바꾸는 곳도 있다.
건설사들은 서울에선 놀이터를 예전처럼 무조건 크고 화려하게 만들지는 못하더라도 어린이들이 알차게 이용할 수 있는 쓸모있는 공간으로 만들기 위해 아동 교육학자와 디자인 전문가를 동원하는 등 다양한 방법으로 업그레이드하고 있다. 현대건설이 지은 디에이치 자이 개포에는 ‘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동화작가’ 에 선정된 영국의 동화작가 앤서니브라운의 ‘우리 아빠(My dad)’ 이야기를 재현한 놀이터를 조성했다.
애완견 놀이터는 확산반려동물을 키우는 인구가 늘어나면서 아파트에 개와 고양이 등 동물들을 위한 놀이터를 짓는 곳이 늘어나고 있다. ㈜한화 건설부문은 충남 천안시에 지은 '포레나 천안 두정' 단지에는 '펫 파크’란 애완견 놀이터를 설치했다. 충북 청주시에서 지난해 분양한 ‘포레나 청주매봉’에도 포레나 펫 파크를 설치한다. 주로 개들이 뛰어놀 수 있는 목재 놀이시설이 설치돼 있고 개 주인이 쉴 수 있는 공간도 마련했다.
코오롱글로벌 역시 반려동물 놀이터 ‘하늘채 펫짐’을 개발해 지난해 분양한 경북 구미 ‘인의동 2차 하늘채’에 첫 적용했다. 반려동물을 위한 놀이시설은 기본이며 화장실, 음수대, 사회성이 부족한 개를 위한 패밀리룸도 갖출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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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일 기자 hiune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