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속 안하무인 마약 중독자 역할을 완벽히 재연했던 배우 유아인(37·본명 엄홍식)이 실제 마약을 한 정황이 드러나며 배우 인생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2일 경찰에 따르면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 분석 결과 유씨 모발에서 코카인과 케타민 양성 반응까지 나왔다. 이런 감정 결과서는 서울경찰청 마약범죄수사대에 통보됐다.
이로 인해 유씨의 모발 감정에서 검출된 마약류 성분은 기존 대마·프로포폴에 이어 총 4종류로 늘어났다.
유씨는 지난 2015년 개봉한 영화 '베테랑' 기자간담회서 재벌 3세 '조태오'로 분했던 자신의 연기에 대해 "긴장하면서 봐서 그런지 해롱해롱한 기분"이라고 말했다.
당시 함께 출연한 배우 황정민이 "해롱해롱. 약하셨냐"고 농담을 건네자, 유씨는 펄쩍 뛰며 "어휴, 큰일 날 말씀"이라고 답했다. 유씨는 이어 "광기 어린 연기의 비결은 약인 것 같다"며 웃었다.
이어 유씨는 "힘을 많이 쓰고 광기 어린 악역은 좀 전형적일 것 같아서 힘을 많이 빼려고 노력했다"며 "하지만 영화를 보니 연기에 힘이 좀 들어가 있더라. 반성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유씨의 마약류 관리법 위반 혐의에 이런 발언은 물론 과거 인터뷰 중 틱을 연상시키는 과도한 표정, SNS에 올린 기괴한 포즈 등도 재조명됐다.
유씨는 속옷 차림으로 드러누워 찍힌 사진은 물론 술에 취한 듯 인사불성이 된 자신의 동영상 등을 거침없이 공개해 이목을 끌어왔다.
승재현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2일 YTN '뉴스라이더'에 출연해 유씨의 과거 인터뷰 영상에 주목했다.
유씨는 지난 2021년 11월 진행된 한 인터뷰에서 "장점이라면 장점이라기보다 제가 해왔던 방식, 그냥 겁 없이 부딪치는 것? 용기라고도 할 수도 없고 객기라고 할 수도 없는, 나라는 것을 던져보는 데 주저하지 않았던 것 같고, 그런 면들을 기억해주시는 것 같다"고 말했다.
유씨가 해당 발언을 하는 과정에서 표정을 과하게 찡그리거나 고개를 갸웃거리는 등 다소 과한 반응을 보였던 것에 진행자는 "당시에는 배우니까 그럴 수 있다고 많이 생각했는데 인제 보니 좀 이상하다는 평가가 나온다"고 말했다.
승 연구위원은 "경찰의 추정에 따라 2년 동안 (마약을) 했고 그사이에 저런 인터뷰를 했다면, 마약을 했을 때 (나오는) '틱'이라고 하는 제스처 등이 반복되는 형태의 모습을 보인 것으로 추정된다"며 "'탁탁탁' 이런 모습이 보인다. 이런 부분들 때문에 저 당시 이미 (마약에) 중독된 상황이 아닌가 싶다"고 추정했다.
유씨에게 검출된 코카인은 강력한 환각과 중독을 일으켜 필로폰, 헤로인과 함께 3대 마약으로 꼽힌다. 전신 마취제로 사용되는 케타민도 오남용 우려로 2006년 마약류로 분류됐다.
유씨의 마약 혐의로 그가 출연한 작품의 공개를 앞둔 영화계도 충격에 휩싸였다.
그는 △영화 '하이파이브' △넷플릭스 영화 '승부' △넷플릭스 시리즈 '종말의 바보' 등 총 3편의 공개를 앞두고 있었다.
바둑 팬들은 바둑계 두 전설 조훈현과 이창호 사제 대결을 그린 영화 '승부'의 개봉을 연기하라고 요구하고 나섰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벌써 배우 유아인의 영화계 퇴출과 재기를 두고 성급한 설왕설래가 오간다. 일부 팬들은 자숙을 거쳐 팬들 곁에 돌아와 주길 기대하는 한편 일각에서는 퇴출을 언급하고 있는 것.
과거에도 마약 파문으로 연예계를 떠났던 배우의 성공적인 재기가 있었다. 배우 주지훈은 2009년 마약 사건에 연루돼 꽤 긴 공백을 거친 끝에 성공적으로 영화계에 복귀해 지금 제2의 전성기를 누리고 있다.
반면 2001년 마약 파문으로 은퇴한 배우 황수정은 꾸준히 방송 복귀를 노렸으나 대중의 외면을 받았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