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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최대 부동산개발업체 컨트리가든(비구이위안·碧桂園)이 경영권 승계를 마무리했다. 양궈창 창업자 겸 회장(68)이 완전히 물러나고 둘째 딸인 양후이옌 공동 회장이 단독 회장에 올랐다. 중국 부동산 시장 정상화를 감지할 수 있는 신호로 보인다.
홍콩증시 상장사인 컨트리가든(종목코드 02007)은 1일 이런 내용의 회장 교체를 공시했다. 양궈창 창업자는 이사회 의장(회장)과 대표이사에서 물러나며, 특별 고문 역할을 수행한다. 양후이옌이 이사회 의장과 대표이사를, 모빈 사장이 공동으로 대표이사를 맡는다.
양궈창 창업자는 이번 승계가 양후이옌에 대한 전적인 신뢰에 기반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중국 부동산 업계에선 부동산 시장 위기가 마무리되고 반등할 조짐을 보이자 승계 작업을 마무리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제기된다.
컨트리가든은 2017년부터 지난해까지 6년 연속 신규 주택 판매액 1위를 유지한 최대 부동산 개발업체다. 작년 판매액은 4410억위안(약 83조8700억원)에 달했다. 2위 완커, 3위 바오리 등이 국유기업인 것과 달리 민간 기업이다. 민간 업체 중에선 헝다그룹이 2021년말 디폴트(채무불이행)에 빠지기 전까지 양강 체계를 유지해 왔다.
양궈창 회장은 1992년 광둥성 포산에 컨트리가든을 설립했으며 2007년 홍콩에 상장시켰다. 광둥성 광저우에서 출발한 헝다와는 지역 라이벌이기도 하다. 컨트리가든과 헝다는 3·4선도시에 중소형 아파트를 대량으로 공급하면서 성장했다는 공통점도 있다.
하지만 헝다가 전기자동차, 헬스케어, 생수 등으로 영역을 확장한 것과 달리 컨트리가든은 부동산 개발과 관리(컨트리가든서비스)에만 집중했다는 차이가 있다. 중국 당국이 2021년 하반기에 도입한 대출 제한 규제인 '3대 레드라인'을 헝다가 모두 위반한 것과 달리 컨트리가든은 부채비율 기준만 넘어서 신규 대출도 계속 받을 수 있었다.
양궈창 창업자는 2007년 당시 26세였던 양후이옌을 후계자로 지정하고 회사 지분 70%를 물려줬다. 중국은 상속세가 없어 승계 부담이 적다. 양궈창의 자녀는 3명으로, 첫 딸은 경영에 참여하지 않고 있으며 셋째 딸 양즈잉 이사는 지분이 0.03%밖에 없다.
양후이옌은 미국 오하이오주립대에서 마케팅과 물류를 전공하고 귀국해 2005년 컨트리가든에 입사했다. 이후 투자·구매·인적 관리·디지털 부서 등에서 경영 수업을 받았다. 이어 2012년 3월 부회장으로 승진했고 2018년 12월 부친과 함께 컨트리가든의 공동회장에 취임했다.
컨트리가든은 부동산 규제와 코로나19 여파로 최근 실적이 급격히 악화했다. 작년 상반기 매출은 1624억위안으로 전년 동기 대비 30.8% 감소했다. 순이익은 6억위안으로 95.9% 급감했다.
컨트리가든의 주가도 2019년 말 12홍콩달러대에서 현재는 2.5홍콩달러대로 떨어진 상태다. 컨트리가든의 52.6%, 컨트리가든서비스의 40%를 갖고 있는 양후이옌의 자산도 2021년 237억달러에서 현재 86억달러로 감소했다. 2007년 상장 이후 유지해온 아시아 여성 최고 부호 자리도 지난해 인도 진달그룹 창업자의 부인 사비트리 진달에 내줬다.
컨트리가든은 지난해 11월 당국의 부동산 규제 완화 이후 회사채 발행으로 47억홍콩달러(약 7800억원), 증자로 38억홍콩달러 등을 조달했다.
베이징=강현우 특파원 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