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국내 증시는 미국발 악재와 중국발 호재가 동시에 작용하며 혼조세로 출발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국채 금리가 급등한 점은 부담이나 중국 제조업과 서비스업 지수가 개선된 것은 긍정적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국내 증시 혼조세 전망
미국 증시에 상장한 MSCI 한국 지수 ETF는 1일(현지시간) 1.91% 상승 마감했다. MSCI 신흥 지수 ETF는 2.14% 올랐다. 서상영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NDF 원·달러 환율 1개월물은 1304.61원으로 이를 반영하면 원·달러 환율은 19원 하락 출발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이어 "코스피지수는 0.7% 내외 상승 출발 후 제한적인 등락을 보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미 증시가 전일 경기 둔화 우려 속 안전자산 선호심리가 높아지며 달러 강세 여파로 하락한 점은 한국 증시에 부담이 될 전망"이라며 "하지만 중국 제조업과 서비스업 지수가 개선돼 중국 증시가 크게 상승한 점은 한국 증시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한다"고 설명했다. 미 국채 금리가 급등했으나 달러화가 중국 지표 결과로 여타 환율에 대해 약세를 보인 점도 국내 증시에 우호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내다봤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3·1절 휴장 기간 동안 미국, 중국 등 글로벌 증시에 상방과 하방 요인이 공존하면서 시장참여자들로 하여금 지수의 방향성 베팅을 고민하게 만들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 연구원은 "인플레이션과 미 중앙은행(Fed)에 대한 부정적인 민감도가 이전에 비해 다시 높아지고 있는 모습"이라며 "가령 2월 미국의 ISM 제조업 구매관리지수PMI(47.7, 컨센서스 48.0)는 예상보다 부진하게 발표된 가운데, 그 안의 세부 항목 중 신규주문(1월 42.5 → 2월 47.0)이 반등했다는 점은 긍정적으로 볼 수 있다"고 했다.
그는 "현 시점에서 '인플레이션 재상승 → 연준 추가 긴축 전망 확산 → 금리의 지속적인 상승'에 대한 우려의 현실화 가능성은 낮다고 판단한다"며 "누적된 고강도 긴축 효과, 자산시장 조정으로 인한 기대인플레이션 정체 등을 감안 시 인플레이션 하락 추세 자체는 유효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한 연구원은 "중국 쪽에서는 긍정적인 재료가 등장한다는 점도 주요국 증시의 위험선호심리와 하단을 유지시켜줄 수 있다"며 "1월 차이신 제조업 PMI(51.6, 컨센서스 50.2), 국가통계국 제조업 PMI(52.6, 컨센서스 50.5) 등 제조업 지표들이 서프라이즈를 기록했다는 점은 '리오프닝에 따른 경기 개선'이라는 기대를 강화시켜주는 요인"이라고 했다.
2월 한국 수출이 전년 동기 대비 7.5% 감소했지만, 전월(-16.6%) 및 컨센서스(-8.7%)에 비해 양호했다는 점도 국내 수출 대형주 투자심리 및 외국인 수급 여건 개선에 기여할 것으로 전망된다. 금리 상승에 나스닥 0.66% 하락 마감
1일 뉴욕증시는 3월 첫 거래일을 맞아 경제 지표 부진과 국채 금리 급등에 혼조세를 보였다. 다우존스지수는 0.02% 상승 마감했다. S&P500지수는 0.47%, 나스닥지수는 0.66% 각각 하락했다.
투자자들은 미국의 제조업 지표가 부진하게 나왔음에도 국채 금리가 빠르게 오르고 있는 점을 주목했다. 지난 2월 미국의 고용, 소비, 인플레이션 관련 지표는 Fed의 계속된 금리 인상에도 강한 모습을 유지해왔으며, 이날 제조업 지표 부진에도 긴축에 대한 우려는 오히려 강화됐다.
미 국채 금리는 상승은 Fed 위원들의 매파적 발언 때문이었다. 10년물 국채금리는 장중 4%를 돌파해 지난해 11월 이후 최고치를 경신했다. 2년물 국채금리는 4.9%를 넘어서며 2007년 이후 최고치를 경신했다.
증시 전문가들은 국채 금리가 지난해 10월 고점인 4.3%까지 오른 후 하락세로 돌아서면서 주가가 저점을 찍고 반등해온 점에 주목해왔다. 따라서 10년물 금리가 다시 4%를 웃돌 경우 증시에 상당한 조정 압력이 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린라이트 캐피털의 데이비드 아인혼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CNBC에 출연해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주식에 대해 부정적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며, 장단기 금리가 시장이 예상하는 것보다 더 높아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연준 매파 "최종금리 5.4% 넘어야 할 듯"
닐 카시카리 미니애폴리스 연방은행 총재는 1일(현지시간) 사우스다코타주의 기업인 행사에 참석해 다음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때 금리 인상 방향에 대해 "25bp(1bp=0.01%포인트) 또는 50bp 양쪽 모두에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다"고 말했다.
연준은 지난달 기준금리 인상폭을 0.25%포인트로 줄였으나, 3월 회의에서는 다시 빅스텝(한 번에 0.5%포인트 금리인상)을 밟을 수도 있다는 뜻이다.
올해 FOMC에서 투표권을 행사하는 위원 중 대표적인 매파(통화긴축 선호) 성향인 카시카리 총재는 "다른 위원들도 덜 긴축하는 것이 과도하게 긴축하는 것보다 위험하다는 사실에 동의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카시카리 총재는 "다음 금리인상이 25bp냐 50bp냐보다 더 중요한 것은 우리가 3월 점도표(FOMC 위원들의 기준금리 전망치를 보여주는 도표)에서 어떤 시그널을 전달하느냐는 것"이라면서 자신의 최종금리 전망치는 지난해 12월 점도표 상의 5.4%보다 상향 조정하는 쪽으로 기울어져 있다고 전했다.
래피얼 보스틱 애틀랜타 연은 총재는 이날 홈페이지에 올린 글을 통해 기준금리를 5∼5.25%로 올려야 한다며 카시카리 총재보다는 다소 낮은 수준의 최종금리 전망치를 제시했다. 그러나 보스틱 총재는 이러한 높은 수준의 금리를 "2024년까지 한참 동안" 유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연준 고위 인사들이 매파적 입장으로 돌아선 것은 2월 초 0.25%포인트 금리인상 후 예상보다 인플레이션 둔화 속도가 느리고 고용시장은 여전히 강력하다는 점을 시사하는 경제지표가 쏟아져 나와서다.
카시카리 총재는 "우리의 기준금리 인상이 서비스 부문을 둔화시키고 있다는 신호를 별로 볼 수 없다. 그것이 걱정스럽다"면서 "임금 상승세도 너무나 높은 수준"이라고 우려했다.
이러한 발언과 중국의 경기가 예상보다 빠르게 회복 중이라는 점을 시사하는 2월 제조업 및 비제조업 PMI 발표 등에 힘입어 미국 국채 금리는 빠르게 상승했다. 시장금리의 벤치마크인 10년물 미 국채 금리는 지난해 11월 이후 처음으로 이날 장중 한때 4%를 돌파했고, 2년물 국채 금리는 4.9%에 육박하며 2007년 7월 이후 최고치를 찍었다. 中 제조업 경기 11년 만에 최고
중국 경제는 완연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는 통계가 속속 발표되고 있다.
전날 중국 국가통계국은 지난달 제조업 PMI가 52.6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전월(50.1) 대비 상승한 수치로 2012년 4월(53.3) 후 최고치다. 로이터가 집계한 전문가 예상치(50.5)와 블룸버그 전문가 예상치(50.6)보다도 높았다. 이 지수는 지난해 12월 47로 기준치인 50을 밑돈 뒤 두 달 연속으로 빠르게 반등했다.
제조업 PMI는 중국 700여 개 제조업체 구매담당자를 대상으로 신규주문·생산·출하·재고·고용 5개 분야를 설문 조사해 산출한다. PMI가 50을 넘으면 경기 확장, 50 미만이면 경기 위축 국면으로 본다.
중국 경기가 이처럼 가파르게 반등한 것은 제로 코로나 방역 정책을 완화했기 때문이다. 중국 당국은 지난해 12월 제로 코로나 정책을 공식 폐기했다. 중국의 설 명절인 춘제 후 공장들이 본격 가동을 시작한 것도 제조업 PMI 상승을 이끌었다.
서비스업과 건설업 업황을 반영하는 비제조업 PMI도 지난달 56.3을 기록해 전월 수치(54.4)를 웃돌았다. 2021년 3월 후 최고치다. 이날 중국 경제매체 차이신이 발표한 2월 민간 제조업 PMI도 51.6으로 지난해 8월 후 처음으로 기준치인 50을 돌파했다.
중국 금융업계는 예상보다 경기회복 속도가 빠르다고 분석했다. 우차오밍 차이신연구원 부위원장은 "코로나19 확산이 정점을 찍은 뒤 경제회복세가 예상보다 좋다"며 "연초 후 각지에서 제조업·인프라 투자가 가속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경제 지표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집권 3기의 공식 출범을 알리는 양회(전국인민대표대회·인민정치협상회의) 직전에 나왔다. 오는 5일 전인대 개막식에서는 리커창 총리가 재임 기간 마지막 정부보고를 통해 경제성장률 목표치를 제시하는 등 올해 중국 정부의 경제 청사진이 공개된다. 1월 산업생산 넉달 만에 증가
1월 제조업과 서비스업 생산이 모두 늘어 전월 대비 산업 생산이 넉 달 만에 증가했다. 반면 소비는 석 달째 감소했다.
2일 통계청이 발표한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1월 전(全)산업 생산(계절조정·농림어업 제외) 지수는 109.7(2020년=100)로 전월보다 0.5% 늘었다. 1월 산업활동동향부터는 통계 지수 기준연도가 2015년에서 2020년으로 변경됐다.
전산업 생산은 작년 9월 0.1% 증가한 뒤 10월(-1.2%), 11월(-0.4%)에 두 달 연속 감소했고 12월에는 보합을 나타냈다. 1월에는 4개월 만에 증가로 전환했다. 제조업 생산이 3.2% 증가하면서 광공업 생산이 2.9% 늘었고, 서비스업 생산도 0.1% 늘었다.
소비 동향을 보여주는 소매판매액지수(계절조정)는 103.9(2020년=100)로 2.1% 감소했다. 내구재와 준내구재, 비내구재가 모두 감소한 영향이다. 소비는 작년 11월 이후 석 달 연속으로 줄어들고 있다.
설비투자는 1.4% 감소했다. 현재 경기를 나타내는 동행지수 순환변동치는 99.4로 전월보다 0.4포인트(p) 내려 넉 달째 하락세를 이어갔다. 향후 경기를 예측하는 선행지수 순환변동치는 98.5로 전월보다 0.3포인트 내리며 7개월 연속으로 하락했다.
이태훈 기자 bej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