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대통령 "바이오헬스, 제2 반도체로"…5년내 '1조 신약' 2개 키운다

입력 2023-02-28 18:36
수정 2023-03-01 01:25

윤석열 정부가 바이오헬스산업을 ‘제2의 반도체’로 육성한다. 의료데이터 활용을 늘리고, 제약·의료기기 등 전통 산업에 디지털 기술을 접목할 계획이다. 세계 1위 의약품 시장인 미국의 혁신 신약 투자·개발 환경을 본떠 ‘한국형 육성 모델’도 만들기로 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28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바이오헬스 신시장 창출 전략회의’를 통해 “바이오헬스를 국가 핵심전략 산업으로 육성하겠다”며 “‘한국형 보스턴 클러스터’ 조성도 적극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이날 “국책은행이 바이오 분야 금융 투자를 선도할 수 있도록 단순 대출뿐 아니라 다양한 상품을 개발해달라”고 주문했다. 정부 재정 투입을 넘어 국책은행이 좀 더 공격적으로 금융 투자를 선도해달라는 취지다.

이 자리에서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바이오헬스 신시장 창출 전략’을 보고했다. 2028년까지 매출 1조원이 넘는 블록버스터 신약을 두 개 개발하고 의약품·의료기기 수출액을 두 배로 높이겠다고 밝혔다. 세계 제약·바이오 6대 강국 반열에 오르겠다는 것이다.

정부는 세계 최고 수준인 국내 의료기술과 정보기술(IT)이 합쳐지면 글로벌 시장에서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판단했다.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를 활용하면 15년간 2조~3조원을 투입해야 하는 신약 개발 기간과 비용을 7년, 6000억원으로 줄일 수 있다고 정부는 설명했다.

국내 대형 대학병원의 의료 빅데이터 활용을 늘리기 위해 ‘의료데이터 중심병원’ 사업을 확대하기로 했다. 건강정보고속도로(마이헬스웨이) 사업도 본격화한다. 조 장관은 “국회에서 지난 27일 통과된 개인정보보호법 개정안을 바탕으로 실행 방안을 수립할 것”이라고 했다.

고위험 바이오기술에 선투자하는 ‘한국형 ARPA-H’ 프로젝트도 가동한다. 미국 국립보건원(NIH)이 지난해 꾸린 ARPA-H를 벤치마킹한 것이다. ARPA-H는 혁신적 기초과학기술에 ‘묻지마 투자’하는 미국 국방부 산하 방위고등연구계획국(DARPA)을 본떠 세워졌다. DARPA는 모더나의 메신저리보핵산(mRNA) 기술에 투자해 코로나19 백신 개발을 도운 것으로도 유명하다. 수천억원이 드는 임상 3상 단계 신약 개발을 지원하기 위해 신규 펀드도 조성한다. 2027년까지 정부 연구개발(R&D) 지원을 두 배 이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혁신형 제약사가 국내외 제약사와의 ‘개방형 혁신’을 늘리도록 공동 연구 지원도 확대한다. 미국 화이자의 코로나19 백신도 독일 바이오엔테크와의 협업으로 탄생했다.

부처마다 제각각인 정책을 통합하기 위해 범부처 ‘디지털·바이오헬스혁신위원회’를 세운다. 제약·바이오혁신위를 구축하겠다던 애초 계획에 ‘디지털’이 추가됐다. 조만간 법안 마련 절차에 들어간다.

미국 보스턴의 스타트업 지원기관인 랩센트럴을 본뜬 ‘K바이오랩허브’도 2026년 가동한다. 단백질의약품, 항체, 백신, 세포·조직치료제 개발 기업 등의 신약 개발을 도울 계획이다. 스타트업 성장을 돕기 위해 해외 개방형 혁신 플랫폼도 적극 유치할 방침이다. 구글 모회사인 알파벳의 단백질 구조 분석 AI 알파폴드, 미 워싱턴대의 로제타폴드에 대항할 수 있는 ‘한국형 로제타폴드’도 개발한다.

정은영 복지부 보건산업정책국장은 “아이디어 단계부터 기술 사업화까지 총괄 지원하는 한국형 바이오클러스터를 추진할 것”이라고 했다.

이지현/오형주 기자 blues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