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전쟁이 일어난 지 1년이 넘었다. 개전 당시 금방 끝날 것이란 예상과 달리 교착 상태에 빠져든 모습이다. 러시아, 우크라이나 둘 다 단기간에 완전한 승리를 거두기 어렵고 전쟁을 마무리할 평화협상 조짐도 보이지 않는다. 얼마 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전격적으로 우크라이나 키이우를 방문함에 따라 양 진영이 양보할 수 없는 전쟁임이 분명해졌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국제 에너지시장 판도도 뒤흔들었다. 세계 원유 공급의 12%를 차지하며, 특히 유럽이 사용하는 천연가스의 40%를 공급하던 러시아가 자원을 무기화하면서 에너지시장의 공급 불안 파장이 세계를 휩쓸었다. 유럽을 중심으로 수입국이 모두 물량 확보에 나서면서 천연가스 가격이 천정부지로 뛰고, 풍선효과로 원유와 석탄 가격마저 덩달아 급등했다. 이에 따라 세계 경제가 침체 국면에 들어섰고 한국도 예외가 아니다.
당장 지난해 무역수지 적자가 472억달러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는데 전년에 비해 784억달러나 늘어난 에너지 수입이 주 요인이다. 총수입액 7311억달러에서 에너지 수입이 1908억달러로 26%를 차지해 경계할 수준까지 올라갔다.
전쟁이 장기화 조짐을 보임에 따라 에너지시장의 미래를 생각할 때가 됐다. 2차 세계대전 이후 전쟁이 에너지시장에 크게 영향을 미친 2개의 상황이 있다. 하나는 1973년 발발한 이스라엘과 이집트가 싸운 중동전쟁이다. 이 전쟁은 동서 양 진영의 대리전 성격이 있었는데 국제 원유시장의 질서를 바꾸는 결과를 가져왔다. 산유국이 유전을 국유화하고 석유수출국기구(OPEC)를 중심으로 생산량을 통제하면서 가격 급등을 불렀다.
두 차례의 석유파동을 거치면서 엑슨모빌을 비롯한 오일 메이저에서 산유국 국영석유회사로 힘의 중심이 바뀌었고, 수입국은 액화천연가스(LNG)와 원자력을 석유 대체에너지로 활용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1990년 이라크의 쿠웨이트 침공으로 발발한 걸프전쟁은 결과가 달랐다. 개전과 함께 원유 공급이 차질을 빚으면서 가격이 3, 4배 급등하고 소비국들은 비축유를 풀어 대응하는 등 비상 상황이었다. 그러나 1년 후 이라크의 패배로 전쟁이 끝나면서 국제 원유시장은 원상 복귀했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과거 중동전쟁만큼 에너지시장에 지각변동을 몰고올 것 같다. 유럽을 중심으로 각국은 특정 국가와 에너지원에 지나치게 의존하지 않도록 에너지 공급망 재편을 정책의 최우선에 두고 있다. 그런데, 기후변화 대응이란 또 다른 과제를 생각할 때 화석연료 중심으로 회귀할 수도 없다. 지난해 유럽에서 천연가스 대신 석탄화력을 돌리는 상황도 있었지만 세계적으로 재생에너지에 대한 투자는 오히려 늘어났다. 한편, 북유럽을 중심으로 풍력발전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아지면서 자연현상에 따른 예기치 못한 수급 불안을 경험한 터라 재생에너지 의존도를 무작정 높일 수도 없다는 데 인식을 같이한다.
화석연료를 대신할 에너지원도 그 장점 못지않게 과제에 직면했다. 원자력은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처분과 함께 수용성 확보가 필요하다. 해상풍력 등 재생에너지는 전력 생산의 불안정성에 대비한 계통망 보강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 수소는 미래 에너지로 확실히 자리매김하고 있지만 경제성 확보와 인프라 구축이 요청된다. 이런 과제를 효과적으로 풀 국가적 역량을 모아야 에너지 전환기를 슬기롭게 극복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