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세 선호 현상에 쌓여가던 서울 아파트 전세 매물이 3개월 만에 4만 건대로 떨어졌다. 전셋값이 매매가의 절반 수준까지 낮아진 데다 이사철 임대 수요가 살아나면서 적체됐던 전세 매물이 다소 해소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전세 매물 4만 건대로 ‘뚝’28일 부동산 빅데이터업체 아실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전세 매물은 지난 27일 기준 4만9821건으로 약 3개월 만에 4만 건대로 떨어졌다. 1월 27일(5만2559건)에 비해 한 달 사이 2738(5.2%)건 줄었다. 서울 아파트 전세 매물은 지난해 11월 9일(5만15건) 5만 건대를 넘어섰고, 올 1월 12일에는 5만5882건까지 올랐다. 다만 지난해 5월 2만4000건대를 기록한 것과 비교하면 여전히 매물은 많은 편이다.
임대차 계약 가운데 전세 거래 비중도 소폭 높아졌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올 1월 체결된 전·월세 신규 계약에서 전세 비중은 58.4%(2만2033건)로 전월(52.6%) 대비 5.8%포인트 높아졌다.
올 들어 서울에 아파트 입주 물량이 집중되면서 전셋값이 내리자 수요가 소폭 살아난 것으로 분석된다. 봄 이사철을 앞둔 갈아타기 수요가 늘어난 영향도 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지난해 말부터 깡통 전세 우려 등으로 월세 선호 현상이 심화하면서 전세 거래가 뜸해졌지만, 최근에는 올해 입주 물량이 몰려 있는 강남권을 중심으로 전셋값이 떨어지자 수요가 일부 회복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전세가율도 50% ‘턱걸이’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7개월째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KB부동산 통계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전세가격지수는 지난해 7월(100.6)부터 올 2월(91.1)까지 지속적으로 떨어지는 추세다.
실제로 개별 단지들은 작년보다 수억원 낮은 가격에 세입자를 들이고 있다. 서초구 반포동 ‘반포자이’ 전용 59㎡는 지난 14일 5억6091만원에 신규 계약됐다. 작년 7월 13일 같은 평형이 9억8398만원에 새 세입자를 찾은 데 비해 4억원 넘게 떨어진 셈이다. 강남구 대치동 ‘대치우성1차’ 전용 115㎡는 지난 16일 5억원에 신규 전세 계약이 체결됐다. 같은 단지 내 동일 면적이 작년 6월 22일 11억원에 새로 계약된 것과 비교하면 6억원 더 저렴한 가격이다.
전셋값은 매매가보다 빠른 속도로 떨어지고 있다. KB부동산에 따르면 2월 현재 서울 아파트 전세가율(매매가 대비 전셋값 비율)은 51.2%다. 전셋값이 매매가의 반토막 수준인 셈이다. 서울 아파트 전세가율은 지난해 11월(53.9%) 이후 3개월 연속으로 하락하고 있다. KB부동산이 지난해 11월부터 표본 조사에서 전수 조사로 대상을 확대하면서 표본에 일부 변동이 있었지만, 단순 수치만 비교할 경우 2월이 2012년 1월(51.2%) 이후 11년1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특히 서울의 4개 규제지역 전세가율은 일제히 50% 밑으로 떨어졌다. 강남구는 42.5%로 서울 25개 자치구 가운데 가장 낮았다. 이어 용산구(43.2%)와 송파구(45.3%), 서초구(45.9%)도 전세가율이 절반에 못 미쳤다.
김효선 농협은행 수석전문위원은 “지금과 같은 속도로 전셋값이 하락할 경우 서울 아파트 평균 전세가율이 50% 아래로 내려가는 건 시간문제”라며 “전세가율이 떨어지면 내집 마련에 필요한 자금 부담이 더 커지는 만큼 매매 수요에도 일부 타격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이혜인 기자 he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