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준금리가 연속으로 올랐는데도 지난달 예금과 대출 금리는 두 달 연속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당국이 은행권에 금리 경쟁을 자제하고 대출 금리 인하를 압박한 가운데 대출 금리보다 예금 금리가 더 큰 폭으로 내린 것으로 집계됐다.
한국은행이 28일 발표한 2023년 1월 금융기관 가중평균 금리에 따르면 1월 예금은행의 저축성 수신 평균금리(가중평균·신규취급액 기준)는 연 3.83%로, 한 달 새 0.39%포인트 하락했다. 지난해 12월(-0.07%포인트) 이후 두 달째 내림세다.
정기예금 등 순수저축성예금 금리는 0.42%포인트 하락한 연 3.87%를 기록했다. 순수저축성예금 금리는 지난해 11월 연 4.29%를 기록하면서 연 4%대로 올라섰지만, 불과 3개월 만에 3%대로 주저앉았다. 금융채 등 시장형금융상품 금리는 0.27%포인트 떨어진 연 3.70%였다.
박창현 한은 경제통계국 금융통계팀장은 "은행 간 수신 경쟁이 완화된데다 시장 금리도 하락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예금은행의 전체 대출 평금금리 역시 두 달 연속 하락했다. 하지만 하락 폭은 0.1%포인트로 예금 금리보다 내림 폭이 작았다.
세부적으로는 가계대출이 0.13%포인트 하락한 연 5.47%로 나타났다. 가계대출 금리가 꺾인 건 한은이 지난 2021년 8월 기준금리를 본격적으로 올린 이후 처음이다.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0.05%포인트 내린 연 4.58%, 신용대출 금리는 0.76%포인트 떨어진 연 7.21%를 각각 기록했다.
기업 대출금리(연 5.47%)도 한 달 새 0.09%포인트 하락했다. 대기업 대출금리는 0.02%포인트 내린 연 5.3%, 중소기업 대출금리는 0.09%포인트 떨어진 연 5.67%로 각각 집계됐다. 박 팀장은 "은행채 등 지표 금리 하락과 안심전환대출 취급 등으로 대출 금리가 전반적으로 낮아졌다"면서도 "지표금리 동향과 은행별 가산금리 조정 등을 같이 봐야 하기 때문에 추세적 하락 여부는 단정할 수 없다"고 말했다.
예금금리의 하락 폭이 대출금리의 하락 폭보다 커지면서 대출 금리와 저축성 수신 금리의 차이, 즉 예대금리차는 1.63%포인트로, 전달(1.34%포인트)보다 0.29%포인트 확대됐다. 박 팀장은 "예금에서는 금리가 상대적으로 낮은 단기물 비중이 커졌지만 대출에서는 단기물 비중이 축소됐다"고 전했다.
기준금리 인상에도 시중은행의 예금·대출금리가 내린 것은 시장에서 연내 금리 인하 기대감이 커지면서 시장금리가 하락했기 때문이다. 또 윤석열 대통령이 "은행은 민영화된 기업이지만 그 자체로 하나의 공공재"라며 은행권의 과도한 이자 장사를 비판한 것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다만 대출금리보다 예금금리가 더 내린 것으로 나타나면서 은행권을 향한 비판은 더욱 거세질 것으로 예상된다.
조미현 기자 mwi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