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뺏으려는 신성, 지키고 키우려는 기성.’ 27일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막이 오른 세계 최대 통신기술 전시회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 2023’ 주요 전시장의 분위기다. 올해 MWC는 글로벌 기업들의 첨단 기술 경쟁이 뜨겁게 펼쳐진 가운데 한국과 중국 기업들의 경쟁 구도가 유난히 두드러졌다.韓기업은 ‘생태계’로 차별화국내 기업들은 ‘생태계 전략’을 내세우고 있다. 여러 디바이스를 연결해 마치 하나처럼 제어하고, 각자 다른 기기의 서비스를 붙여 시너지를 내는 식으로 편의성을 높인 게 특징이다. 제품군을 이 같은 생태계로 묶어두면 ‘록인효과(자물쇠 효과)’를 낼 수 있다. 기존에 삼성전자 TV와 스피커를 쓰던 사람들이 삼성전자 스마트폰을 살 확률이 높아진다는 얘기다.
삼성전자의 이번 전시 주요 주제 중 하나가 ‘갤럭시 생태계’인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갤럭시 스마트폰과 삼성 스마트 TV, 공기청정기, 로봇청소기 등을 연결하는 사물인터넷(IoT) 플랫폼 ‘스마트싱스’, 각종 디바이스에서 온·오프라인 결제를 지원하는 삼성페이 등을 내놨다.
삼성디스플레이, 구글, 퀄컴 등 파트너사와도 생태계 협력을 자랑하고 있다. 각 사는 모두 자사 전시 부스에 갤럭시 체험 공간을 마련했다. 모바일 디스플레이,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 모바일 앱 프로세서(AP) 등을 소개하기 위해서다. 구글은 안드로이드 전시 부스에서 청각 보조 기능을 갤럭시 스마트폰으로 체험할 수 있게 했다. 가전제품이 조리나 설거지 등을 마쳤을 때 스마트폰을 통해 소리와 함께 화면 표시, 진동 등으로 알려주는 기능이다. 전시관 현장에 전자레인지와 식기세척기 등을 두고 갤럭시 S23 시리즈, 갤럭시Z플립4 등으로 기능을 써볼 수 있게 했다.
갤럭시의 디스플레이를 공급하는 삼성디스플레이는 처음으로 피라그란비아 제2홀에 별도 전시 부스를 마련했다. ‘OLED를 통한 초연결’이 주제다. 자사 OLED 패널을 모바일 기기, 미래 자율주행차, 멀티스크린 등으로 활용하는 사례를 소개했다.규모로 밀어붙이는 중국
올해 중국 기업들은 작정하고 전시관을 키운 모양새다. 미국과 중국 간 갈등이 장기화하면서 미국 시장 공략이 어려워지자 유럽을 해외 공략의 최우선 지역으로 꼽은 까닭이다.
화웨이는 MWC가 열리는 피라그란비아 전시장의 첫 번째 홀을 통째로 빌렸다. 올해 참여하는 기업 중 가장 규모가 크다. 화웨이는 매년 전시 참여 규모를 키우고 있다. 국내 통신업계 관계자는 “이번 MWC는 화웨이가 역대 최대 규모로 참여하는 전시회”라며 “전시장 면적이 삼성전자의 다섯 배가량 될 것”이라고 귀띔했다.
화웨이는 이 부스에 모바일 기기와 통신장비, 스마트홈 디바이스 등 거의 모든 제품군을 들고나온 듯했다. 플래그십 스마트폰 메이트50 시리즈를 비롯해 화웨이 워치 버즈, 워치 GT 사이버 등 신제품도 전시했다.
다른 중국 기업들도 MWC에서 해외 시장을 겨냥한 신제품을 쏟아냈다. 자국에서 먼저 출시한 뒤 글로벌 시장으로 확장을 노리는 제품들이다. 샤오미는 전시 개막 전날인 26일(현지시간) 기자간담회를 열고 샤오미13 시리즈의 글로벌 출시를 발표했다. 독일 카메라회사 라이카와 손잡고 카메라 성능을 크게 높인 게 특징이다. 신제품 로봇인 ‘사이버 도그’와 인간형 로봇(휴머노이드) ‘사이버원’도 공개했다.
오포는 ‘파인드 N2플립’의 글로벌 버전을 선보였다. 삼성전자의 폴더블 스마트폰 갤럭시Z플립과 비슷한 형태의 기기다.
화웨이 자회사인 아너는 폴더블 스마트폰 ‘매직 V5’의 출시를 알렸다. 퀄컴의 최신 칩이 들어가고 대형 OLED를 적용했다. 리얼미는 중국에선 ‘GT네오5’라는 이름으로 출시한 ‘리얼미GT3’를, 원플러스는 콘셉트형 디바이스 ‘원플러스11’을 공개했다. 테크노는 28일 자사 최초 폴더블폰 ‘팬텀V폴드’를 공개할 예정이다.
바르셀로나=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