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노동부가 조선업 노동시장 이중구조를 개선하겠다며 원·하청 대표들이 참석한 상생 협약식을 열었다. 51일 동안 점거 파업이 이뤄진 ‘제2의 대우조선해양 사태’를 막겠다는 취지지만, 근본적인 치유책과는 거리가 먼 데다 현실성이 떨어져 ‘희망 고문’으로 끝나지 않을까 걱정이 앞선다.
협약의 핵심 내용은 원청이 하청업체에 적정 기성금(공사가 이뤄진 만큼 주는 돈)을 지급하고, 하청은 임금인상률을 높여 원·하청 간 보상 수준 격차를 최소화하는 것이다. 일한 만큼 보상이 돌아가도록 임금체계 개편에 노력하고 임금체불 방지, 성과공유제 활용 등의 내용도 담겼다.
가장 큰 문제는 실현 가능성이다. 적정 기성금이 얼마인지에 대한 합의부터 난관에 봉착할 가능성이 크다. 하청업체는 호황기에 단가 인상률을 최대한 보장받으려고 할 텐데, 경기에 따른 호·불황을 경험한 원청업체는 난감하다. 사정이 이런데 적정 기성금 기준을 어떻게 정할 것이며, 이를 둘러싼 원·하청업체 간 갈등은 누가 조정할 건가. 이 문제에도 정부가 나서 개입할 텐가. 이번 협약에서 원·하청업체가 기성금 개선 방안 연구를 장기과제로 추진하기로 한 것 자체가 난제임을 방증한다. 원·하청업체 간 대승적 차원의 상생 합의가 이뤄졌다고 해도 이해관계가 각기 다른 원·하청 노조가 순순히 받아들일지도 의문이다.
야당이 원·하청 교섭을 강제화하는 ‘불법파업조장법’(일명 노란봉투법)을 밀어붙이는 가운데 자율적인 상생 모델을 마련한 의도와 취지는 좋다. 원청 근로자 임금의 50~70%를 받는 하청 근로자들이 훨씬 긴 시간 일하는 문제도 개선해야 한다. 하지만 극단적 이중구조를 낳은 근본 원인인 노동시장 왜곡 현상을 해결하지 않는 한 어떤 대책도 미봉책일 뿐이다. 대기업 정규직 과보호와 생산성 향상 없는 고임금·호봉제 구조가 하청 근로자 활용과 착취 구조를 불러온 요인이다. 이를 뜯어고쳐야 기업이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고 노동시장 이중구조도 해소된다. 한정된 일자리를 기득권 노조가 독점하는 현실에선 불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