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과학자 양성을 위한 KAIST와 포스텍의 연구중심 의과 대학 설립안에 이주호 교육부 장관이 “적극 지원하겠다”고 화답했다. 신약 개발과 바이오 분야 혁신을 주도할 의사과학자 양성이 미래 신산업의 핵심 과제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의사인 동시에 과학 연구자인 의사과학자(MD-ph.D)는 코로나19 확산 사태를 맞아 큰 관심을 모았다. 바이오엔테크라는 신생 바이오벤처를 설립한 독일의 우구르 샤힌 박사 부부가 화이자와 함께 mRNA 백신 개발에 성공하면서 더욱 화제가 됐다.
의사과학자 수요는 바이오헬스 시장 급성장으로 더욱 커지고 있다. 미국 정부는 의사과학자 양성에 매년 1조원 넘게 예산을 투입한다. 이 영향으로 미국 전체 의대 졸업생의 4% 수준인 1700여 명이 매년 의사과학자 분야로 진출한다. 그러나 한국은 의대 한 곳당 한 명, 연간 30명 안팎만이 이 분야에 투신하고 있다. 전체 의대 졸업생의 1%가 채 되지 않는다. 우수 두뇌들이 안정적이고 높은 수입이 보장된 임상의사로만 진출하고 있어서다.
이 문제 해소를 위한 정부의 노력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한국연구재단은 2009년 의학전문대학원 안에 의사과학자 과정을 신설했지만, 다음해 서울대와 연세대 등이 의전에서 의대로 회귀하면서 빛이 바랬다. 보건복지부 주도로 전국 10개 대학병원을 연구중심병원으로 지정하고 연구전담의사 양성을 돕는 것도 한시적 지원사업이란 한계가 분명하다.
이런 KAIST 등의 의대 설립에 의료계가 의사 정원을 늘릴 수 있다며 또다시 반대 논리를 펴지 않을까 우려된다. 의료인력 부족이 심각한 지경에 의사 정원만 지키려는 의료계의 직역 이기주의가 국가경쟁력 강화를 위한 의사과학자 양성에서도 재연돼선 안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