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스퀘어의 순자산가치(NAV)가 작년 말보다 약 30% 감소했다. SK스퀘어는 SK텔레콤을 인적분할해 재상장한 회사로, SK텔레콤이 갖고 있던 SK하이닉스 지분 등을 보유하고 있는 SK그룹의 정보통신기술(ICT) 계열 투자회사(중간지주회사)다.
SK스퀘어가 지난 23일 장 마감 후 발표한 실적에 따르면 이 회사의 작년 말 기준 순자산가치는 18조6500억원으로 2021년 말(25조9900억원)보다 28% 줄어들었다. SK스퀘어가 보유한 기업 중 가장 비중이 큰 SK하이닉스(10조9600억원어치)의 가치가 전년 말(19조1400억원) 대비 43% 쪼그라든 것이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힌다. 상장사 중 다른 기업들(드림어스컴퍼니, 인크로스, 나노엔텍)도 주가가 떨어졌지만 SK하이닉스와 비교하면 전체 실적에 미치는 영향은 상대적으로 작았다. SK플래닛이 보유하던 크래프톤의 지분이 SK스퀘어에 배당돼 해당 가치(1800억원)가 추가로 반영됐다.
비상장사의 총 순자산가치는 오히려 늘어났다. 비상장사는 외부 투자 유치 과정에서 인정받은 몸값 혹은 작년 4분기 말 기준 순자산가액을 적용해 계산됐다. 2021년 말에는 6조4900억원이었는데 작년 말에는 7조1200억원이 됐다. 11번가(2조2100억원)의 가치는 2021년과 같게 책정됐지만 티맵모빌리티의 가치가 2021년 말 9300억원에서 작년 말 1조4600억원으로 늘어났다. 국민은행에서 2000억원 투자를 유치하며 몸값을 높인 덕분이다.
콘텐츠웨이브(4000억원→4500억원) 가치도 조금 올라갔다. 반면 SK플래닛 지분 가치는 일부 사업부 매각과 크래프톤 지분 배당 영향으로 2021년 말 3300억원에서 작년 말 2000억원으로 감소했다. 원스토어, SK쉴더스, SK스퀘어 어메리카, 스파크플러스, FSK L&S, SK텔레콤 CS T1, IDQ, 온마인드, 그린랩스 등으로 구성된 ‘기타’ 비상장 지분의 가치는 작년 말 2조8100억원으로 전년 대비 1900억원 늘었다.
전체 가치를 주식 수로 나눈 1주당 순자산가치는 2021년 말 18만3732원으로 계산됐지만 작년 말엔 13만1812원으로 낮아졌다. 24일 종가(3만3900원)는 작년 말(3만3500원)에 비하면 오르긴 했지만 여전히 분할 당시 주가(2021년 12월 3일 시초가 8만2000원)와 SK스퀘어가 주장하는 순자산가치에 비하면 크게 낮은 수준이다.
SK스퀘어는 홈페이지에 순자산가치를 핵심지표라고 공시했으나 보도자료에는 이와 관련해 특별히 언급하지 않았다. 다만 연결 기준으로 매출 4조5107억원, 영업이익 1628억원, 순이익 2561억원을 기록했고 별도 기준으로는 매출 5912억원, 영업이익 5163억원, 순이익 4331억원이었다고만 알렸다. 차입금이 ‘0원’이라고도 강조했다. 별도 기준 이 회사의 매출 등은 모두 보유 포트폴리오 회사로부터 받은 배당금 등으로 구성된 것(배당금수익 5909억원)이다.
SK스퀘어 같은 회사는 순자산가치를 따지는 것이 더 적합하다. 2021년 12월 출범 당시 SK스퀘어가 “2025년까지 순자산가치 3배(75조원)를 달성하겠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올해 장이 좋지 않은 만큼 야심찬 목표를 달성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원스토어와 11번가, 티맵모빌리티 등이 모두 기업공개(IPO)를 하기 어려운 처지여서다. 외부 투자자금 유치를 통한 몸값 상승이 이뤄질 만한 때도 아니다. “당분간 시장을 견디며 추후 성장 사이클이 회복될 때를 대비해야 하지 않겠느냐”는 것이 관련 업계의 전망이다.
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