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당권 경쟁이 ‘양강’에서 ‘1강 3중’ 구도로 재편되고 있다. 최근 잇따라 공개된 여론조사에서 김기현 당 대표 후보가 40%대 지지율로 앞서 나가면서다. 선두를 달리는 김 후보가 첫 투표에서 과반을 득표해 결선투표 없이 승부를 마무리할지가 관전 포인트로 떠올랐다.
첫 투표에서 승부를 보기 위해 김 후보는 ‘굳히기’ 전략에 들어갔다. 25~26일 이틀간 8개 당협 당원간담회를 돌며 수도권 당원들과의 스킨십을 이어갔다. 김 후보는 26일 당원들과 만나 “자기 정치한다고 사이다 발언하고, 삐죽삐죽 나가면 다음 총선의 주인공이 누가 되겠는가”라며 “국회의원 후보가 주인공이어야지, 대통령 뒤에서 그늘이 돼야 하는 당 대표가 주인공이 되면 안 된다”며 대권 주자인 안철수 후보를 저격했다.
2~3위권을 형성하고 있는 안 후보와 천하람 후보는 김 후보와 친윤계를 공격하며 선명성 경쟁에 나섰다. 두 후보 모두 자신이 결선 투표에 진출하면 나머지 후보들의 표를 흡수해 역전이 가능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안 후보는 26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번 전당대회를 “대통령의 마음이 중요하다고 보는 후보와 민심이 더 중요하다고 믿는 후보의 싸움”이라고 규정했다. 이어 “대통령의 뜻만 따르는 대표는 공천 파동으로 인한 분열을 막을 수 없다”며 “험지가 두려워 양지만 찾는 자들은 정권 교체에 공이 있는 분들의 자리를 뺏기 위해 공천 학살을 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윤심 후보’를 내세운 김 후보와 여당의 텃밭인 영남에 지역구를 둔 친윤계 핵심 의원들을 겨냥한 것으로 해석됐다.
천 후보는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정진석 비상대책위원장 등 고위 당직을 맡았던 현역 국회의원들을 내년 총선에서 수도권·호남 등 험지에 출마시키겠다는 내용의 ‘공천개혁안’을 발표했다. 천 후보는 “지금까지 우리 당은 ‘윤핵관’을 포함해 당으로부터 많은 혜택과 권한을 받은 사람은 오히려 안전한 후방에 있고, 혜택을 받지 못한 인재들에게 앞에 나가 싸우라고 해 왔다”며 “많은 혜택과 권한을 받은 인재들이 앞으로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후보를 지원사격하고 있는 장제원 의원에 대해서는 “나경원 전 의원을 핍박한 만큼 (나 전 의원이 당협위원장을 맡고 있는) 서울 동작을에 도전장을 내 유권자들에게 심판받아봤으면 좋겠다”고 했다.
고재연/오유림 기자 y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