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담보대출을 받으려는 예비 대출자들이 변동·고정금리 선택을 놓고 고민하고 있다. 최고 연 8%를 웃돌던 변동형 주담대 금리가 연 4%대로 떨어진 데다 금리가 최고점에 근접했다는 ‘금리 정점론’까지 확산하고 있어서다. 금리가 높을 때 고정금리 대출을 받았다가 나중에 금리가 떨어지면 변동금리보다 이자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매년 고정금리 취급 목표까지 제시하며 고정형 주담대 확대를 주문해온 금융당국도 올해는 목표치 설정을 두고 고심하는 분위기다.
변동금리 빠르게 내려26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민 신한 하나 우리 농협 등 5대 은행의 지난 24일 기준 변동형 주담대 금리는 연 4.53~6.42%로 집계됐다. 1개월 전인 지난달 6일(연 5.08~8.11%)과 비교하면 상단은 1.69%포인트, 하단은 0.55%포인트 내려갔다.
변동형 주담대 금리 산정의 기준이 되는 신규 취급액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가 3개월 만에 3%대로 하락한 게 영향을 미쳤다. 올 1월 신규 취급액 기준 코픽스는 3.82%로 지난해 12월(4.29%)보다 0.47%포인트 낮아졌다. 코픽스 공시가 시작된 2019년 7월 이후 최대 하락 폭이다. 코픽스는 은행이 취급한 예·적금 반영 비율이 80%로 가장 높은데, 정기예금 금리가 연 3%까지 떨어지면서 코픽스 내림 폭이 컸다.
변동형 주담대 금리가 내려가면서 고정형 주담대와의 금리 차이도 줄었다. 24일 기준 5대 은행의 고정형 주담대 금리는 연 4.30~6.31%로 변동형(연 4.53~6.42%)과 비교해 금리차 상단이 0.11%포인트, 하단은 0.23%포인트다. 지난해 12월 30일엔 고정형 주담대 최저금리(연 4.62%)가 변동형(연 5.35%)보다 0.73%포인트나 더 낮았다.
미국 중앙은행(Fed)이 금리 인상 기조를 유지하는 등 긴축을 이어가면서 고정형 주담대 금리 산정의 기준이 되는 은행채 5년물 금리가 상승하고 있는 점도 변수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3일 연 4%(3.889%)를 밑돌던 은행채 5년물 금리는 22일엔 연 4.345%까지 뛰었다. 이 여파로 16일 최저 연 4.19%였던 5대 은행 고정형 주담대 금리는 24일엔 연 4.30%로 올랐다. 고정금리 늘리라던 당국도 고심가계 부채 관리를 위해 고정형 주담대 비중 확대를 추진해온 금융당국도 난처하긴 마찬가지다. 금융감독원은 매년 4월 은행권에 주담대 잔액에서 고정형이 차지하는 ‘고정금리 목표치’를 권고한다. 금감원은 고정금리 목표치를 2018년 47.5%에서 2020년 50.0%, 2022년 52.5%로 지속적으로 높여왔다. 하지만 올해는 고정금리 목표치 상향 여부를 결정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고정금리 대출 확대가 금리가 떨어지는 시장 상황과 맞지 않을 수 있어서다.
대출 기간이 10~30년에 달하는 주담대 특성상 고정금리에 지나치게 얽매일 필요는 없다는 시각도 있다. 정성진 국민은행 강남스타PB센터 부센터장은 “주담대는 장기적인 금리 하락에 무게를 두고 고민할 필요가 있다”며 “경기 침체를 감안한 금리 인하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했다. 대부분의 은행이 변동금리 대출을 고정금리로 바꿀 경우 중도상환 수수료를 면제해주고 있다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
하지만 섣부른 금리 예측은 자제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국은행은 23일 기준금리를 동결하면서 “금리 인상 기조가 끝났다는 의미는 아니다”고 했다. 기준금리가 오르면 변동형 주담대가 불리할 수밖에 없다.
김보형 기자 kph21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