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오는 10월부터 중국에서 일정 기술 수준 이상의 고성능 반도체를 생산할 수 없을 것이라는 우려가 확산하고 있다.
앨런 에스테베스 미국 상무부 산업안보 차관은 23일(현지시간) 한·미 경제안보포럼에서 “(10월 이후) 기업들이 생산할 수 있는 반도체 수준에 한도를 설정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적용 중인 대중(對中) 반도체 장비·기술 수출통제 1년 유예가 끝나면 어떻게 할 것인지를 묻자 내놓은 답이다. 유예 기간을 연장하지 않는 것은 물론 중국 내 반도체 생산에 대한 추가 규제를 시사한 발언이다.
미 상무부는 지난해 10월 18㎚ 이하 D램, 128단 이상 낸드플래시, 16㎚ 이하 시스템반도체를 생산할 수 있는 장비와 기술을 중국에 판매할 때 별도로 허가받도록 했다. 다만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1년간 유예해줬다.
수출 제한 유예 종료에 이어 생산 규제까지 발효되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큰 피해를 볼 전망이다. 삼성전자는 중국 시안(낸드플래시)·쑤저우(패키징), SK하이닉스는 우시(D램)·다롄(낸드플래시)·충칭(패키징)에 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시안 공장은 삼성전자 전체 낸드플래시 생산량의 약 40%를, 우시 공장은 SK하이닉스 전체 D램 생산량의 약 48%를 차지한다. 업계 관계자는 “공식 발표는 아니지만 이대로 규제가 발효 또는 강화되면 첨단 반도체 생산에 차질이 클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 생산 비중을 줄여야 한다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
상황이 풀릴 여지가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에스테베스 차관은 “중국이 우리를 위협하는 역량을 구축하는 것을 저지하는 과정에서 동맹국 기업에 피해를 주고 싶지 않다”며 “(한국과) 계속 대화하고 있다”고 했다. 정부도 한국 기업 입장이 반영되도록 미국 측에 수출 제한 유예 연장을 적극 요청한다는 방침이다.
정지은 기자/워싱턴=정인설 특파원 je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