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문’의 사전적 의미는 ‘어떤 사람에게 어떤 문제나 알고자 하는 사실을 대답해주기를 바라고 묻는 것’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조직 내 오고 가는 수많은 질문에 대한 답은 질문하는 사람이 이미 정해놓은 경우가 많다. 오죽하면 ‘답정너’라는 말이 있을 정도일까. 조금만 방심해도 리더가 던지는 질문은 질문을 가장한 훈계이자 지시에 가깝기 마련이다.
<두려움 없는 조직>의 저자이자 하버드 경영대학원 교수인 에이미 에드먼슨은 그의 책에서 “리더는 ‘정답을 모른다’는 태도로 물어야 한다”고 했다. 예를 들어 그는 다음과 같이 질문해야 한다고 말한다. ‘우리가 놓친 건 없을까요?’ ‘누구 다른 생각 가진 분은 없나요?’ ‘어떻게 그런 생각을 하게 됐죠?’ ‘사례를 들어줄 수 있나요?’ 같이 말이다. 질문에 진정한 호기심을 담기만 해도 상대방에게 영감을 불어넣을 수 있고, 조직 내 생각의 깊이와 넓이를 확장해 더 나은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생각이다. 섣불리 결론 내지 않고 구성원의 생각을 진심으로 궁금해할 줄 아는 지적 겸손. 이것이야말로 중요한 리더십 역량이다.
그런가 하면 기껏 질문해놓고도 돌아오는 답에는 별 관심이 없는 경우도 참 많다. 잘 지내는지, 지난번 이야기한 어려운 일은 잘 해결됐는지 등 대화의 빈 공간을 메우기 위해 부지런히 질문하지만, 실은 몇 시간 지나지 않아 대답은 머릿속에서 잊히기 일쑤다. 그러나 사회적 관계를 풍성하게 맺을 줄 아는 사람들은 타인의 대답을 쉽게 잊지 않는다. 스쳐 지나가듯 했던 말 한마디까지 놓치지 않고 세심하게 기억하며, 아주 작은 정보까지도 상대를 위해 무언가를 해줄 수 있는 중요한 단서로 여긴다. 이처럼 누군가에 대해 진심으로 궁금해할 때 비로소 깊이 있는 관계의 문이 열린다.
질문에 담긴 호기심이 진심일 때 우리 앞에 새로운 문이 열리는 경우는 이뿐만이 아니다. 지식에 대한 궁금증이 진심일 때 우리는 진리에 가까워진다. 고객에 대한 궁금증이 진심일 때 제품에는 혁신이 일어난다. 식탁에 오른 농산물이 어떻게 내 집까지 왔는지 진심으로 궁금해할 때 감사와 누림이 커진다. 버려지는 쓰레기가 어떻게 처리되는지 궁금해하는 사회는 쓰레기 문제를 해결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사춘기 아이의 거친 짜증 뒤에 숨은 연약함과 불안을 진정으로 알고 싶어 할 때 부모는 비로소 부모다워진다.
지금은 그 어느 때보다 변화가 빠르고 다양한 시기다. 우리 앞에 산적한 어려움이 많은 때이기도 하다. 그래서 막연한 두려움도 생긴다. 두려워하지 말고 맘껏 궁금해하자. 우리는 이 어려움과 변화 속에서 무엇을 발견하고 배울 수 있는가? 세상의 변화를 ‘근심’이 아닌 진심이 담긴 ‘호기심’으로 바라볼 때 새로운 기회가 열린다고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