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협, 로톡 변호사 탈퇴 압박은 경쟁 제한"

입력 2023-02-23 18:38
수정 2023-02-24 02:21
공정거래위원회가 23일 로톡(법률 서비스 플랫폼) 이용을 막은 대한변호사협회와 서울지방변호사회를 제재했지만 양측 갈등이 봉합될 가능성은 낮은 상황이다. 변협이 “불복소송을 내겠다”고 반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로톡 운영사인 로앤컴퍼니는 공정위 결정을 환영하면서도 당장 수익성 악화로 코너에 몰려 있다. 공정위, 변협에 법정 최고 과징금
공정위가 이날 변협과 서울변회에 부과한 각 10억원의 과징금은 법정 최고액이다. 신동열 공정위 카르텔조사국장은 “변협과 서울변회의 법 위반 행위가 매우 중대하다고 판단했다”며 “과징금으로 10억원이 넘는 금액이 나와 10억원을 부과했다”고 했다.

로톡은 월 25만~50만원의 광고료를 낸 변호사를 무료 이용 변호사보다 검색 상단에 노출해주는 법률 서비스 플랫폼이다. 공정위에 따르면 로톡이 서비스를 늘려가자 변협은 2021년 5월 소속 변호사들의 로톡 이용을 막기 위해 ‘법질서 위반 감독센터 규정’ 등을 만들었다. 변호사 윤리장전에도 “앱 등 전자적 매체 기반 영업에 참여하거나 회원으로 가입하는 등의 방법으로 협조하지 않는다”고 명시했다. 로톡에 가입한 1440명의 변호사에겐 2021년 8~10월 네 차례에 걸쳐 소명서와 로톡 탈퇴 확인서 제출을 요구했다. 서울변회는 2021년 5월과 7월 회원들에게 로톡 탈퇴를 종용했다.

공정위는 이 같은 행위가 소속 사업자의 활동을 과도하게 제한하고 공정하고 자유로운 경쟁을 제한했다고 판단했다. 변호사법에서 명시적으로 컴퓨터 통신 등 매체를 이용한 변호사 광고를 원칙적으로 허용하는 데다 ‘로톡이 변호사법을 위반한 게 아니다’는 법무부 유권해석에도 로톡 탈퇴를 종용한 것은 정당한 행위가 아니라는 것이다. “변협, 로톡 규제 즉각 중단해야”공정위의 이번 결정은 서비스 시장에서 기득권 단체가 아닌, 혁신 스타트업의 손을 들어준 것으로 평가된다. 벤처기업협회는 “변협과 서울지방변호사회의 행위가 시장 경쟁과 서비스 혁신을 방해하는 불법이란 (공정위) 결론을 환영한다”고 했다. 코리아스타트업포럼은 “국내 최대 변호사 단체가 법을 어겨가며 극단적 수단까지 동원한 사태가 다시 발생해선 안 된다”며 “변협은 변호사 징계를 통한 법률 서비스 플랫폼 규제를 즉각 중단하라”고 밝혔다.

하지만 변협과 로톡의 갈등이 단기간에 해결되긴 어려운 상황이다. 변협이 불복소송과 함께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하겠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행정소송 결과가 나오려면 적어도 수개월이 소요될 가능성이 크다.

변협과의 갈등으로 로톡의 변호사 회원은 급감한 상태다. 로톡 가입 변호사는 2021년 3월 4000명에 육박했지만 현재는 2000명 수준으로 반토막 났다. 로톡을 운영하는 로앤컴퍼니는 경영난에 빠지면서 직원 50% 감원을 목표로 희망퇴직자를 모집하고 있다. 작년 6월 확장 이전한 서울 강남 신사옥에서도 철수할 계획이다.

변협 징계를 받은 변호사들이 법무부 징계위원회에 제기한 이의신청 결과가 나오면 상황이 반전될 가능성도 있다. 법무부 징계위가 징계 취소를 결정하면 변협의 변호사 징계가 무력화되기 때문이다. 징계위는 작년 12월 8일 이의신청을 접수했다. 징계위는 원칙상 3개월 안에 이의신청을 받아들일지 결정해야 하지만, 최대 3개월 범위에서 결정을 미룰 수 있다. 한시가 급한 로앤컴퍼니는 이 판단을 되도록 빨리 내려달라고 요청하고 있다.

김소현/이시은/최한종 기자 alp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