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표 국회의장이 국회의원 비례대표 의석을 지금의 두 배 수준으로 증원하는 내용의 선거제 개편안 3개를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에 제출했다. 내년 총선 선거구 획정 법정시한(4월 10일)을 앞두고 국회 논의에 속도가 붙을지 주목된다. 2개 안에는 국회의원 정원을 50명 늘리는 내용도 포함돼 논란이 예상된다.
23일 국회에 따르면 국회의장 직속 헌법개정 및 정치제도 개선 자문위원회는 전날 정개특위에 복수의 선거제 개편안을 냈다. △소선거구제+병립형 비례대표제 △소선거구제+준연동형 비례대표제 △도농복합 중대선거구제+권역별 연동형 비례제 등 3개 안이다. 모두 비례성과 대표성을 강화하는 방향이다. 대학교수 등 전문가로 구성된 자문위는 지난달 9일 1차 전체회의를 시작으로 선거제 개편을 논의해 왔다.
첫 번째 안은 지역구 선거 방식의 경우 현행 소선거구제를 유지하고, 비례대표 선출 방식은 병립형으로 전환한다. 전국 정당 득표 비율에 따라 의석수를 배분하는 방법, 전국을 6개 권역으로 나눈 뒤 권역별 정당 득표 비율에 따라 배분하는 방법 등 2개의 세부 안으로 나뉜다. 두 번째 안은 소선거구제는 물론 비례대표 선출 방식을 모두 현행대로 유지한다. 현행 비례대표 선출 방식의 부작용인 위성정당을 막기 위해 일정 비율 이상의 지역구 후보자를 추천한 정당이 비례대표를 의무적으로 추천하게 하는 보완책이 담겼다. 두 안 모두 비례대표 정원수는 47석에서 97석으로 지금보다 50명 늘린다. 소선거구제를 유지하는 만큼 국회의원 정수 역시 300명에서 350명으로 확대하자고 제안했다.
세 번째 안은 도농복합형 선거구제로 하고 비례대표 의석 비율을 높이는 것이다. 농어촌 등은 소선거구제를 유지하고 인구밀집도가 높은 지역은 중대선거구제로 전환한다. 이 과정에서 지역구 의석수를 일부 조정해 비례대표 의석수를 50석 늘리자는 것이다. 국회의원 정원은 현행 300명이 유지된다.
당초 김 의장은 특위에 2월 중으로 압축된 두 개 개편안을 제출해 달라고 요청했다. 하지만 특위 논의가 답보 상태에 머물자 사실상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것으로 풀이된다. 김 의장은 앞서 특위 복수 안을 3월 전원위원회 토론에 부친 뒤 4월에 개편을 완료하겠다는 로드맵을 밝힌 바 있다. 정치권에선 부정적 여론이 많은 의원 수 확대와 관련해 의장이 총대를 멘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정개특위 소속의 한 의원은 “의장 로드맵대로 논의가 이뤄질지 두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유정 기자 yj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