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창수 회장에 이어 전국경제인연합회를 이끌게 된 김병준 전경련 미래발전위원장(사진)이 “자유민주주의와 자유시장경제의 기틀을 단단히 해 정경유착의 고리를 끊겠다”고 말했다.
김 대행은 23일 서울 여의대로 전경련회관에서 열린 정기총회에서 “권력의 중심이 정부·정치권에서 소비자·시민으로 빠르게 옮겨가고 있는데, 이러한 시대의 변화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한 데서 나타난 폐해가 유착”이라며 “국민과 소통하지 않고서는 존립할 수가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날 총회에서 회장직무대행직을 공식 수락했다. 2011년부터 이어져 온 허창수 회장 체제가 12년 만에 막을 내리게 됐다.
4대 그룹의 재가입 문제와 관련, 김 대행은 “전경련의 위상과 역할을 정립하는 것이 우선”이라며 “국민들로부터의 신뢰를 회복하면 4대 그룹을 포함한 기업인이 전경련과 함께해야겠다는 생각을 가지게 될 것”이라고 했다. 김 대행은 “전경련의 주인은 기업”이라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6개월간 대행직을 수행한 이후 재계 인사에게 회장직을 넘겨주겠다는 기조를 명확히 한 것이다. 그는 “하루빨리 기업인들이 전면에 나서 직접 운영하는 게 맞다”고 설명했다.
현 정권과의 관계를 우려하는 시각과 관련한 입장도 내놨다. 김 대행은 “저는 대학에서 34년간 봉직한 학자이자 (노무현 정부에서) 청와대 정책실장을 지낸 경제 전문가”라며 “사회에서 필요할 때마다 역할을 한 것뿐이며, 보통의 정치인과는 다르다”고 말했다. 전경련과 한국경영자총협회의 통합설에 대해선 “그럴 단계는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경총은 노사관계 문제에서 독특한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 경제단체별로 설립 배경이나 취지에 따라 역할을 하는 것이 옳다”고 말했다.
새 수장을 맞은 전경련은 회장단을 일부 교체했다. 허태수 GS그룹 회장, 조현준 효성그룹 회장, 류진 풍산그룹 회장이 전경련 부회장단에 새로 이름을 올렸다.
장서우 기자 suw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