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 부동산 대책’ 이후 아파트 급매물이 소진돼 거래가 다소 살아나는 모습을 보이자 매물이 다시 늘고 있다. 집주인들이 ‘팔 수 있을 때 팔자’며 가격을 낮춰 매도에 나서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23일 부동산정보 업체 아실에 따르면 이날 기준 서울 아파트 매물은 5만7444건으로 지난달 같은 기간(5만1549건)보다 13.4% 급증했다. 지난해 11월 이후 가장 많은 수준이다. 경기도 역시 아파트 매물이 11만3633건으로 한 달 전(10만1757건)에 비해 11.6% 늘었다.
올초 정부가 수도권 대부분 규제지역을 해제하는 등 규제 완화에 나선 뒤 매수 심리가 회복되면서 거래 회복세가 나타났다. 지난달 중순까지 급매물 위주로 거래가 이뤄지면서 매물이 줄어들다가 하순부터 급격하게 늘어났다.
매수세가 붙은 송파구 가락동 헬리오시티는 매물이 최근 3년 사이 가장 많은 718건으로 늘었다. 9510가구 규모의 초대형 단지인 헬리오시티는 작년 10월 매매 거래량이 5건에 그치는 등 거래절벽이 지속됐으나 지난달에는 25건의 거래가 성사됐다. 최근 등록된 매물의 가격대는 전용면적 84㎡ 저층이 16억원, 중층 이상은 17억원대에 형성돼 있다. 신고된 실거래가와 비슷하거나 낮은 수준이다. 가락동 H공인 관계자는 “갭투자를 했다가 전세금을 못 돌려주는 사람뿐 아니라 입주가 가능한 집을 내놓는 집주인도 많다”며 “어느 정도 거래가 이뤄지다 보니 팔 수 있을 때 팔아야겠다는 생각인 것 같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아파트 매도를 서두르는 집주인이 더 나올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발 금리 인상 기조가 이어지면서 거래 회복세가 단기간에 끝나고 다시 침체에 빠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재산세와 종합부동산세 부과 기준일인 6월 1일 이전에 어떻게든 아파트를 팔려고 내놓는 집주인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현일 기자 hiune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