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상폐수순 밟는 '러시아 ETF'…"투자자 보호 초점"

입력 2023-02-23 17:26
수정 2023-02-23 17:39
국내 유일의 러시아 상장지수펀드(ETF)가 끝내 상장폐지 수순을 밟게 됐다. 다만 이 ETF 운용사인 한국투자신탁운용은 투자자 보호를 위해 상장폐지 결정일과 효력 발생일을 분리하기로 결정했다고 알렸다. 정리매매 등의 절차가 없는 ETF는 통상 상장폐지가 결정되면 하루 뒤쯤 그 효력이 발생했는데, 이를 내년 중으로 미루겠단 것이다.

23일 한국투자신탁운용은 한국거래소 공시와 보도자료 등을 통해 'ACE 러시아MSCI(합성)' ETF의 상장폐지 절차가 진행된다고 밝혔다. 모건스탠리캐피탈인터내셔널(MSCI)이 러시아 관련 지수 산출을 다음 달 1일부로 중단하는 데 따른 수순이다.

회사는 상장폐지 결정일은 3월 2일로 예정됐지만, 상장폐지 효력은 내년 중 발생한다고 전했다.

상장폐지 결정일과 상장폐지 효력 발생일이 분리되는 것은 국내에서 처음 있는 일이다. 기존 투자자들을 보호하기 위해 한국거래소와 협의해 이런 결정을 내렸다고 회사는 부연했다.

회사는 "이 ETF의 '스왑'(Swap·정해진 시점에 약정한 수익률을 제공하기로 하는 장외파생상품)계약 거래상대방이 주로 활용하던 헤지(위험회피) 자산인 'iShares MSCI Russia' ETF(ERUS)의 상장폐지 시점이 올 연말로 예상되기 때문"이라며 "ERUS 상장폐지 시점까지 펀드를 유지해야 청산대금을 투자자에게 추가로 지급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투자신탁운용은 작년 8월에도 투자자 보호를 위해 거래상대방과의 스왑 계약을 연장했다. 스왑 거래 상대방이 보유 중인 ERUS에서 향후 수령 가능한 잠재 청산대금을 ETF 스왑 정산대금에 반영할 수 있기 위한 조치다.

러시아 ETF의 상장폐지가 불가피함에 따라 한국투자신탁운용은 내달 3일 펀드 내 현금성 자산을 투자자에게 지급할 예정이다. 분배 규모는 1좌당 480원 수준(비과세)이고, 펀드 내 잔여 원금은 ERUS 청산대금과 펀드 해지 시 함께 분배된다.

한국투자신탁운용 관계자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러시아 주식시장 위험과 MSCI의 러시아 관련 지수 산출 방식 변경 등으로 인해 작년 초부터 이 ETF는 상장폐지 위험이 발생해 왔다"며 "극단적인 상황에서도 당사는 투자자 보호를 최우선 가치로 정하고 다양한 협의를 진행한 끝에 ETF의 상장폐지 효력발생일을 상장폐지 결정일과 분리했다"고 설명했다.

신민경 한경닷컴 기자 radi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