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00만원 날렸다"…경찰 말 따른 60대男에게 벌어진 일

입력 2023-02-23 16:55
수정 2023-02-23 16:56

본인 계좌에 2300만원이 입금됐다며 경찰서를 찾은 60대 노인이 관련 내용을 문의했지만 제대로 된 대처법을 제시받지 못해 금융사기(보이스피싱) 피해를 입었다.

23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60대 남성 A씨는 본인을 가상화폐 거래소의 직원이라고 소개한 B씨로부터 걸려 온 전화를 받았다.

B씨는 "최근 주식 투자로 손실을 보시지 않았냐"는 질문을 던졌다고 한다. 실제로 당시 주식 리딩방에 혹했다가 적잖은 돈을 잃어 솔깃했다는 A씨는 그와의 통화를 이어갔다.

당시 B씨는 "코인을 현금화하려면 주민등록증 사본이 필요하며, 인증을 위해 은행 계좌에 1원이 입금됐으니 입금자명을 확인해달라"고 요청했다고 한다.

A씨가 B씨의 안내를 따르자 갑자기 A씨의 계좌에 현금 2300만원이 입금됐다. B씨는 특정 계좌를 언급하며 "잘못 송금된 돈이니 다시 보내주면 된다"고 안내했다.

이에 수상한 낌새를 느낀 A씨는 다음날이었던 31일 경기 수원남부경찰서 민원실을 찾은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당시 C경장에게 "최근 주식으로 손실을 봤는데 돈을 보전해주겠다는 연락이 왔다"며 "이후 내 계좌로 영문을 모르는 돈 2300만원이 들어왔는데 어떻게 해야 하느냐"고 물었다.

C경장은 그에게 "개인 정보 유출이나 금전 피해를 보지 않았고 휴대전화에 악성 앱(애플리케이션)을 설치한 적도 없다면 타인의 돈이 잘못 입금된 것일 수 있다"며 "은행 창구를 방문해 '착오 송금 반환제도'를 이용하면 (돈을) 되돌려 줄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A씨는 "입금된 돈을 B씨 측에 되돌려주면 된다"는 취지로 이해해 같은 날 은행을 찾아가 앞서 입금된 2300만원을 모두 송금했다고 한다.

이후 A씨는 자신의 신용거래정보가 변동됐다는 문자가 온 것을 확인한 뒤에야 B씨 측이 자신의 명의를 도용해 제2금융권에서 대출받았으며, 계좌로 입금된 대출금을 잘못 송금된 돈인 것처럼 속인 것을 알게 됐다.

결국 본인 명의로 대출된 돈을 그대로 보이스피싱 조직에 송금해 2300만원의 빚을 지게 된 셈이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수원남부경찰서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A씨가 경찰서에 방문했을 당시 정식 민원 접수를 한 것은 아니며 다른 곳으로 이동 중이던 수사관을 상대로 수 분가량 관련 내용을 문의했던 것"이라며 "A씨가 개인정보가 유출된 적은 없다고 답했다"고 해명했다. 이어 "'모르는 돈이 입금됐다'는 점에 초점을 맞춰 설명해 수사관이 사실관계를 명확히 파악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고 부연했다.

김세린 한경닷컴 기자 celin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