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C, 올해 10곳 의결권 직접 행사…중장기 150곳 늘린다

입력 2023-02-23 16:27
수정 2023-02-24 09:24
이 기사는 02월 23일 16:27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국부펀드 한국투자공사(KIC)가 올해 해외 보유 기업 10곳을 대상으로 직접 주주권을 행사한다. KIC는 중장기적으로 직접 행사 기업을 150곳까지 늘릴 계획이다.

23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KIC 내부 책임투자 부서인 책임투자팀은 올해 10곳 안팎의 기업에 대한 의결권 행사를 직접 실시하기 위해 대상 기업 선정 절차를 실시하고 있다. KIC는 직접 의결권 행사 기업을 내년까지 50곳, 2025년까지 150곳(투자 기업의 5%)으로 늘릴 방침이다. 책임투자팀 인력도 현재 5명에서 점진적으로 충원한다.

이 계획은 기관투자가의 수탁자책임 원칙(스튜어드십 코드)이 사회 전반적으로 강조되고 있어 내부 책임투자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마련됐다. 주주 권리를 행사하기 위한 역량을 갖춰 국내의 다양한 기관투자가에 노하우를 전파하려는 목표다. 기관 투자자가 주주 권리를 행사하지 않으면 중장기적인 기업 가치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진승호 KIC 사장은 지난 21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회의에서 주주권과 관련한 이수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의에 "지분을 가지고 있는 기업이 많다"며 "직접적으로 (의결권 행사를) 검토하는 개수를 늘려나갈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행사 대상 기업은 △투자 금액(High exposure·투자 노출) △ESG(환경·사회·지배구조) 리스크 중대성 △성공 가능성(High feasibility)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결정할 계획이다. 포트폴리오상 일정 보유 비중(0.3%) 충족하면 세부 기준에 따라 해외주식 의결권 행사에 나서는 국민연금과 대조적이다. 국민연금이 규칙 중심의 정량적 주주 활동이라면 KIC는 원칙 중심의 정성적 주주 활동을 추구하는 방식이다. KIC는 성공 가능성을 고려해 최대한 수익성을 높이기 위한 목적에 초점을 맞췄다.

KIC는 월가의 행동주의 타깃이 된 기업들의 주주총회에서 의결권 행사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보유 비중이 높은 ‘IT(정보기술) 공룡 기업’이 대상에 오를 것으로 관측된다. KIC가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13F 운용보고서에 따르면 KIC는 지난해 말 애플(17억6608만 달러), 마이크로소프트(15억3542만 달러), 아마존(6억6991만 달러), 유나이티드헬스그룹(4억8725만 달러), 알파벳(4억7332만 달러) 등에 투자하고 있다. 행동주의 펀드도 미국 시장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미국 투자은행 라자드(Lazard)에 따르면 지난해 글로벌 행동주의 펀드의 캠페인 건수는 235건으로, 전년보다 35.8% 증가했다. 미국 기업 대상 주주 활동은 135건으로 41% 늘어났다.

한편 2005년 설립된 KIC는 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에서 위탁받은 외화를 운용하는 국부펀드다. 자산 규모는 지난해 말 기준 1693억 달러(약 215조원)로 세계 시장에서 큰손으로 인정받고 있다. 2018년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하고 2019년부터 주주 권리 전문기관을 통해 주주 활동을 실시하고 있다.

류병화 기자 hwahw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