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서 채굴·제련한 희토류 일본으로 수출…'중국 패싱' 본격화

입력 2023-02-23 14:56
수정 2023-03-25 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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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채굴하고 제련까지 마친 희토류 소재가 일본으로 수출된다. '산업의 비타민'으로 불리는 희토류는 제련 과정에서 환경 오염 가능성이 커 그동안 중국에서 전세계 물량을 독점하다시피 해왔다. 글로벌 첨단산업 공급망에서 중국을 배제하려는 또 하나의 시도라는 분석이다.

22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미국 희토류업체 MP머티리얼스는 일본 종합상사 스미토모에 전기자동차 모터용 영구자석의 필수 원료인 네오디뮴-프라세오디뮴(NdPr) 산화물을 공급하는 계약을 전날 체결했다. 스미토모는 일본 기업들에 MP머티리얼스의 희토류 소재를 독점 배분하는 권한을 확보했다.

두 회사는 "중국이 세계 최대 희로류 생산국 지위를 유지하는 가운데 일본이 미국이 생산한 희토류 소재를 공급받는 것은 일본 제조업의 공급망이 안정화하고 다양화하는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다만 수출 물량이나 시기는 공개하지 않았다.

희토류(稀土類)는 원소 주기율표의 원소기호 57번 란나텀에서 71번 루테튬까지 란타넘족 원소 15개와 스칸듐, 이트륨 2개를 더한 총 17개 원소를 뜻한다. 화학적 성질이 매우 안정적이고 열 전도율 등이 높아 다양한 첨단산업에 쓰인다. 특히 전기차 보급이 늘어나면서 영구자석용 NdPr의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희토류는 각종 광물 속에 일부 섞여 있는 상태로 존재한다. 광산에서 채굴한 석탄 등 광물을 잘게 부수고 걸러낸 뒤 응축하는 제련 과정을 거쳐야 소재로서의 상품성을 가질 수 있다. 제련하면서 대량의 물이나 화학약품을 쓰기 때문에 환경 오염 문제가 뒤따른다. 중국이 세계 산업용 희토류를 대부분 공급해온 이유다. 특히 일본은 중국에 사실상 전량을 의존해 왔다.

희토류의 전략적 가치가 높아지면서 미국과 호주 등은 자국 희토류 개발을 확대하고 있다. 미국 지질조사국에 따르면 중국은 2016년까지 전세계 희토류 생산량의 90% 이상을 차지했지만 2020년 58%로 내려갔다. 그러나 미국과 호주 기업들도 제련은 여전히 중국에서 하기 때문에 산업용 희토류 소재는 여전히 중국이 85%가량을 공급한다.

MP머티리얼스는 캘리포니아주 마운틴패스 광산에 제련 시설도 확보했다. 2020년 기준 세계 희토류 소재의 15%에 해당하는 3만8500t을 생산했다.

중국은 희토류 무기화 계획을 단계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2020년 특정 물품이나 기술 수출을 제한할 수 있는 수출통제법을 제정했다. 또 2021년 말에는 효율성과 가격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국유 희토류 기업 3곳을 통합하기도 했다. 중국의 지난해 희토류 소재 생산량은 전년 대비 24.7% 늘어난 20만2000t이었다.

베이징=강현우 특파원 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