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은 23일 연 3.5%인 기준금리를 동결했다. 지난해 4월부터 7차례 연속 인상 릴레이를 10개월 만에 멈췄다. 경기 둔화가 우려할 만한 수준이라는 판단으로 해석된다.
한은은 이날 서울 태평로 한은 본관에서 금융통화위원회 통화정책방향 회의를 열고 현재 연 3.5%인 기준금리를 동결했다. 한은은 지난 2021년 8월부터 기준금리 인상에 돌입한 뒤 지난해 4·5·7·8·10·11월, 올해 1월까지 7차례 연속으로 기준금리를 올려왔다.
한은이 금리를 동결한 건 각종 거시경제 지표가 악화한 데 따른 것이다. 한국의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수출 부진 등으로 지난해 4분기(-0.4%)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특히 4분기에는 지난해 성장을 받쳐주던 소비마저 감소했다. 일각에서는 올해 1분기에도 역성장이 이어질 것이란 전망도 제기한다. 2개 분기 연속 역성장일 경우 경기 침체로 본다.
이달 1~20일 수출액(335억4900만달러)도 지난해 같은 달보다 2.3% 줄었다. 무역수지는 같은 기간 59억8700만달러 적자다. 올해 들어 누적으로는 186억3900만달러 적자다. 지난해 같은 기간 69억8400만달러 적자였던 것과 비교하면 3배 가까운 규모다.
이창용 한은 총재가 이날 오전 11시10분 예정된 기자간담회에서 어떤 메시지를 내놓을지 주목된다. 금통위가 금리 동결을 결정했지만, 현재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여전히 5%대에 머무는 등 높은 상황이다. 또 미국에서 최종금리 수준이 6%까지 높아질 것이란 우려도 커지고 있다. 이런 이유로 이 총재가 향후 금리 추가 인상을 배제하지 않는다는 매파(통화 긴축 선호)적 발언을 내놓을 가능성이 크다.
금통위가 기준금리를 동결하면서 미국(상단 기준 4.75%)과의 격차는 일단 1.25%포인트로 유지된다. 만약 한은은 금리 인상을 종결하는데 미국 중앙은행(Fed)가 금리를 시장 예상대로 올해 0.25%포인트씩 최소 두 차례 더 올리면 두 나라의 기준금리 격차는 1.75%포인트까지 벌어진다. 이렇게 되면 한·미 간 기준금리 역전이 역대 가장 큰 차이로 벌어지게 된다.
한은은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1.7%에서 1.6%로 하향 조정했다. 내년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2.3%에서 2.4%로 올렸다.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는 3.6%에서 3.5%로 다소 낮췄다. 내년 물가 상승률은 2.5%에서 2.6%로 상향 조정했다.
조미현 기자 mwise@hankyung.com